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北 요새화에 물리적 맞대응… “MDL이남 모든 北지뢰 없앨 것” [DMZ 지뢰 폭발 최종 조사결과]

軍, 北 매설 지뢰 첫 제거작전

MDL 표지판 상당수 유실된 탓
남한·북한·유엔사 판단 불일치
軍·유엔사 일치지역 우선 제거
장병들 지뢰 목격 지점도 포함
軍 “이제 시작… 추가대응 검토”

北 평균 20여m·올 50여회 침범
“MDL 일치화 군사회담 시급”

군이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남쪽에서 발생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조치로서 사건 관련 지역인 MDL 이남 북한 지뢰지대를 폭파·제거하는 작전을 5일 감행했다. 북한군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MDL 접근에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지뢰 제거 현장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우리 군은 3일 사고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폭파 방식으로 지뢰를 제거한 현장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뢰 제거 현장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우리 군은 3일 사고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폭파 방식으로 지뢰를 제거한 현장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MDL 근접 활동으로 맞대응

 

2024년 4월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시작된 이래 군 당국이 MDL 이남 북한 지뢰 제거 작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지뢰지대를 제거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장병들이 목격했다는 미폭발 지뢰가 있는 곳까지 포함해 제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건 당시 수색로를) 최초 개척할 때 좌·우측에 지뢰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 지역의 지뢰를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군이 북한군 지뢰지대 폭파에 나선 것은 북한에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전협정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도 지난달 29일 MDL 이남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反)보병지뢰 1발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북한군 지뢰지대 제거 작전에 필요한 명분은 확보된 상태였다.

 

정부는 이번 지뢰제거 작전을 시작으로 추가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북한의 MDL 이남 지뢰 매설 의심 지대는 MDL 이남으로 평균 20여m를 침범한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양한 조치를 할 거고, MDL 이남에 넘어온 모든 지뢰를 제거할 것이다. 이게 시작이라고 보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우리 군과 유엔사 모두 MDL 남쪽이라고 판단하는 곳에 있는 북한군 지뢰가 우선적인 작전 대상이 될 전망이다. 우리 군과 유엔사의 MDL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곳에서는 상호 조율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전협정을 준수한다. 유엔사의 인정을 받는 것이 정전협정 준수의 바람직한 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추가 대응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군사작전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지뢰제거 작전 외에 다른 군사적 대응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비례적인 군사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뢰 매설은 포격도발과 달리 대응 사격을 할 원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야권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요구하지만, 정부로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천명한 이상 확성기 재개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지뢰제거 작전이나 DMZ 감시·대응능력 강화 등 전술적 차원의 조치들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DL 일치화’ 등 과제도 남아

 

군이 MDL 남쪽의 북한군 지뢰지대 제거 작전 카드를 꺼냈지만, 풀어야 할 문제도 여전하다. MDL에 대한 남·북한과 유엔사의 인식은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김성윤 합참 정보분석처장은 이날 지뢰폭발 사고 관련 최종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유엔사 적용 MDL, 표지판 연결선, 군사 지도상 MDL이 상호 일치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은 표지판을 연결한 선이나 자체적으로 획정한 MDL을 기준으로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하루 평균 최대 7000여명을 투입해 지뢰지대 및 철책 설치 위주로 요새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군의 MDL 침범은 2024년에 9회, 지난해 17회, 올해 50여회 식별됐다. 김 처장은 “올해 MDL 침범은 8월 중순 동부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특정 지역에서 집중되고 있다”며 “적 감시초소(GP) 병력이 불모지 작업 구간을 순찰로로 활용하면서 MDL 이남 10여m 지점을 매일 순찰함에 따라 침범이 1곳에서 40여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군이 MDL에 접근하거나 침범할 기미가 보이면 경고방송 후 경고사격을 실시해 퇴거를 유도한다. 경고사격을 받은 북한군이 지도와 나침반으로 위치를 확인하거나 이동 경로를 바꾸는 모습이 식별되기도 했다. 우리 군 기준으로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했지만, 이후 수색로를 개척해 현장을 확인하니 정전협정 당시 설치된 MDL 표지판이 우리 군이 적용하는 선보다 남쪽에 있었던 사례도 있었다.

 

군은 MDL 불일치로 현장에서 혼선이 이어지자 유엔사와 MDL 일치화를 위한 협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인식차를 좁히지 않으면, MDL 일치화는 한계가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남북 군사회담을 열어 MDL 일치화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MDL 일치화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군사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