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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바위를 깎아 만든 ‘설악산 십이선녀탕’…새벽부터 늘어선 줄 [여행+]

설악산 단풍 절정, 10월 20일쯤
노랗게 물든 나무가 계곡 양편을 덮었다. 가운데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떨어져 아래 웅덩이에 고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노랗게 물든 나무가 계곡 양편을 덮었다. 가운데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떨어져 아래 웅덩이에 고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설악산에서 가을 단풍이 가장 곱다고 꼽히는 곳 내설악의 십이선녀탕 계곡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설악산이 아름다운 오색 단풍으로 물드시는 시기는 전국 산지 가운데 가장 이르다.

 

산림청이 지난달 22일 내놓은 ‘2026년 한반도 단풍절정 예측지도’를 보면 설악산 단풍은 오는 20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물살에 깎인 너럭바위에 홈이 패어 있다. 그 옆으로 노란 낙엽이 쌓였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물살에 깎인 너럭바위에 홈이 패어 있다. 그 옆으로 노란 낙엽이 쌓였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 선녀가 목욕했다는 십이선녀탕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계곡 옆에 있는 이 계곡은 인제 8경 가운데 하나다. 밤마다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몸을 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와 선녀탕이라 불린다.

 

예로부터 탕이 열두 개 있다고 전해져 십이선녀탕이 됐지만 실제로 확인되는 탕은 여덟 개다. 탕은 사람이 판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물살이 바닥을 깎아 만든 자연의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경관은 어떤 자리는 오목하게 팼고 어떤 자리는 넓은 반석에 깊은 구멍이 뚫렸다.

 

여덟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것이 복숭아탕이다. 복숭아처럼 생긴 깊은 구멍이 있어 그렇게 부른다. 용탕폭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일대는 2013년 3월 11일 명승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설악산에서 경관이 빼어난 외설악 5곳과 내설악 5곳을 추려 한꺼번에 명승으로 올렸고, 십이선녀탕 일원은 그 내설악 다섯 곳 가운데 하나다.

 

계곡을 가로질러 다리가 놓였다. 그 아래로 흰 물살이 지난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계곡을 가로질러 다리가 놓였다. 그 아래로 흰 물살이 지난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 복숭아처럼 팬 바위까지 왕복 8.4㎞

 

탐방로는 폭포와 탕이 번갈아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간다. 한국관광공사 안내 기준으로 복숭아탕까지 왕복 약 8.4㎞다.

 

가는 길목에는 단풍나무와 전나무, 박달나무, 소나무 거목이 우거져 있다. 특히 계곡 주변이 온통 바위여서 바위 생김새에 따라 물길의 모습도 구간마다 달라진다.

 

같은 들머리에서 대승령으로 올라가는 길이 따로 갈라진다. 두 길은 출발점이 같지만 입산을 받아 주는 시간이 다르다.

 

바위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고 양옆 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바위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고 양옆 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 명승으로 올린 곳만 열 군데다

 

국가유산청이 2013년 3월 11일 한꺼번에 명승으로 올린 설악산 안의 경관은 모두 열 곳이다. 십이선녀탕은 그중 하나다.

 

속초와 고성 쪽 외설악에는 비룡폭포 계곡 일원과 토왕성폭포, 울산바위, 비선대와 천불동계곡 일원, 공룡능선이 들어 있다.

 

인제 쪽 내설악에는 십이선녀탕 말고도 대승폭포와 수렴동·구곡담 계곡 일원, 용아장성, 내설악 만경대가 있다. 울산바위는 지정 면적만 63만1090㎡다.

 

같은 설악산이라도 물을 보러 가는 길과 바위를 보러 가는 길이 다르다. 십이선녀탕과 대승폭포, 수렴동 계곡은 계곡을 따라 걸어 들어가고 울산바위와 토왕성폭포, 공룡능선은 능선과 암벽을 올려다보는 쪽이다.

 

들머리가 갈리는 탓에 하루에 몇 곳을 묶어 보기는 어렵다.

넓은 반석 위로 물이 얇게 번져 흐른다. 오른쪽 바위 사이로는 흰 물살이 쏟아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넓은 반석 위로 물이 얇게 번져 흐른다. 오른쪽 바위 사이로는 흰 물살이 쏟아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 점봉산에 첫 단풍

 

올해 첫 단풍은 지난달 14일 인제 점봉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시민 관측으로 기록됐다. 산림청은 10월 초 강원 북부 산지부터 본격적으로 물들기 시작해 10월 하순 전국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산지별 절정 예측일은 설악산 오는 20일, 속리산 28일, 내장산 다음 달 4일, 한라산 다음 달 6일이다. 수종별로는 단풍나무류와 참나무류가 오는 31일, 은행나무가 30일로 예측됐다.

 

다만 올해는 최근 5년간의 절정 시기와 견줘 약 0.8일 늦다. 산림청이 말하는 절정은 산림의 50%가량이 물든 시점이다. 산 전체가 붉게 물든 장면을 기대한다면 예측일보다 조금 뒤에 가는 편이 낫다.

 

박영환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장은 “단풍은 국민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식물계절 현상 중 하나”라며 “장기간 축적한 식물계절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정확한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 산림의 계절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탐방객들이 돌을 깐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오른쪽 아래로 다리가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탐방객들이 돌을 깐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오른쪽 아래로 다리가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홍정표) 제공

◆ 사고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난다

 

단풍철은 사고가 가장 잦은 철이기도 하다. 국립공원공단 집계를 보면 지난 주말 설악산에서 산악사고로 출동한 건수는 이틀 동안 29건이다. 3일 14건, 4일 15건이었다.

 

특히 이달 들어 강원 산지에서는 추락과 낙상이 잇따랐고 숨진 사람도 나왔다.

 

구조 현장에서 꼽는 위험한 구간은 정상이 아니라 돌아 나오는 길이다.

 

손경완 설악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장은 “체력이 떨어지고 무릎까지 아픈 상태에서 하산하다 작은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사고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복숭아탕까지 왕복 8.4㎞를 걷는다면 절반은 지친 상태로 내려오는 길이다. 계곡길은 젖은 바위와 낙엽에 미끄러지기 쉬워 돌아설 시각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다.

 

◆ 새벽 3시부터 오후 2시까지, 주차장은 없다

 

한편 입산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한국관광공사 안내 기준으로 십이선녀탕에서 복숭아탕까지는 오전 3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십이선녀탕에서 대승령까지는 오전 3시부터 낮 12시까지 들어갈 수 있다.

 

왕복 거리를 생각하면 오후에 도착해서는 복숭아탕까지 다녀오기 어렵다.

 

또 주차는 되지 않는다. 차를 가져갈 경우 세울 곳을 미리 알아봐야 한다. 쉬는 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