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은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야는 조 대법원장의 증인선서 여부를 놓고 거세게 충돌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 인사말에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법관 재제청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적 원칙을 지키면서도 국민과 국회에 필요한 설명을 드릴 책무가 있고, 대법관 제청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에 그 경위를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후속 절차를 위해 지속해 협의해 왔으나,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대법관 임명 제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서는 “청와대로부터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그 공문에는 이미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공문의 내용만으로는 그 취지를 알기도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사정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이 각각 헌법적 의미에 맞게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장기화되고 있는 대법관 공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관 공석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을 저 역시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에 따라 대법원의 구성이 조속히 온전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법원장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기관장 자격으로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날도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증인선서를 하지 않고 이석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선서를 요구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구하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현장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앞서 올해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후 대법원은 손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했지만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