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퇴장해주시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말에도 중국 유니트리와 애지봇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송 위원장 앞으로 다가가 6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의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베이징에 다녀왔다”며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말로 로봇 생산 현장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이나 연구소처럼 한두 대 조립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는데 첫 느낌은 섬뜩함과 공포였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로봇 산업이 연구실 안의 시제품 단계를 넘어 대량생산과 실제 데이터 축적 단계로 들어섰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베이징 외곽의 한 로봇 데이터 학습센터에서는 수백대 로봇이 실증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며 물리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었다”면서 “피지컬 AI의 고도화를 이뤄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AI)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한 뒤 로봇 등을 통해 실제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언급하며 이 의원은 “인공지능도 불과 같다”고 짚었다. 불이 인간의 문명과 기술 발전을 이끈 동시에 전쟁과 파괴의 수단으로도 쓰였던 것처럼 AI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이 의원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휴머노이드 로봇 1만3000여대 중 상위 1위부터 6위까지를 모두 중국 기업이 독식했다”며 “인공지능이 문명과 파괴의 양면성을 지닌 ‘프로메테우스의 불’인 것처럼 실제 물리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 주도권을 놓치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은 송두리째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좌진이 무진동 차량으로 공수했다는 말과 함께 이 의원이 소개한 두 로봇은 가슴에 ‘GAZE.AI’ 로고를 부착한 채 사람처럼 부드럽게 무릎을 굽히고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국정감사장을 한 바퀴 돌았다. 시연 지시에 맞춰 절도 있는 무술 품새와 화려한 댄스 동작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였고, 자리에 앉아 있던 여야 의원들은 신기한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영상을 찍었고, 로봇의 유연한 몸짓에 곳곳에서 함박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든 안무를 마친 후 ‘진짜 퇴장’이 진행되는 동안 이뤄진 질의에서 배경훈 부총리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완성형 휴머노이드 기업이 중국에 몇 군데가 있는지 아나’라는 이 의원 질문에 “중국에 방문해서 로봇 기업이 많은 것을 알지만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160개 기업이 중국에 있다고 밝힌 이 의원은 “로봇 산업 투자를 보면 연간 300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6조원이 해마다 로봇 산업에 투자된다”며 “국내는 AI 기업이 2814곳 있는데, 휴머노이드를 비롯해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은 1.9%인 53곳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하드웨어 기업의 절반 이상은 외부 투자를 한 건도 유치하지 못했다”며 “(이들 기업의) 85.1%는 투자 유치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여러 지적에 배 부총리는 “피지컬 AI를 대한민국의 미래 핵심 먹거리로 지정하고,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핵심인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물리 데이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차질 없이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