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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의어느날] 좋아함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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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니게 된 학교 앞 작은 카페는 어쩐지 알록달록하다. 인테리어나 소품이 아니라 사람이 그렇다. 그곳에 대한 설명을 떠올리다 보면 가장 단순하고 정직한 문장 하나만을 남기게 된다. 그곳 오너는 커피를 정말 좋아해. 그냥 이 말이 전부다.

카페 오너가 커피를 좋아하는 건 당연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 마땅한 선택지보다 우선되는 바가 있을 때, 좋아하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을 경제적 이유로 포기해야 할 때 좋아함은 오히려 독이 된다. 나는 작은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편이라 좋아함에서 시작해 상처받은, 혹은 분노하거나 진저리 치는 얼굴로 폐업하는 오너들을 상당수 보아 왔다. “저희 이번 달까지만 영업해요, 쿠폰 모아둔 거 있으면 미리 쓰세요.” 그들은 단골손님에 대한 예의로 그런 말을 미리 해주곤 했다. 그러고 나면 꼭 이 말을 덧붙였다. “더는 못 버티겠어서요.” 돈 문제든 사람 문제든 마지막에 듣게 되는 말은 늘 비슷했다. 좋아함이 버팀으로 변했다가 기어코 부러져 버리는 일. 간판이 뜯겨 나갈 때마다 나는 부러진 허리, 부서진 마음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느 쪽이든 회복이 요원해 보이는 부서짐이다.

카페에는 호크니 포스터가 두어 개 붙어 있고 드립백 세트가 모네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오너의 취향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건 눈여겨 살펴야 보이는 정도이고 단출한 테이블 네 개가 놓인 평범한 카페다. 돌출되는 것은 오너. 문을 열자마자 활짝 웃으며 반기는 오너의 얼굴과 그 뒤로 진열된 각종 디자인의 커피잔들이다.

나는 보통 무표정하게 카페에 들어가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번호가 울리면 픽업대에 덩그마니 올라와 있는 음료를 가지고 퇴장하는 데 익숙한 탓에 얼굴 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덕분에 카페 문을 열기 전 한 번씩 심호흡을 하게 된다. 오너의 환대에 대응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오너는 내가 메뉴 고르는 걸 가만 지켜보다가 원두를 추천해 달라거나 오늘 어떤 커피가 좋은지 물으면 곧장 생기발랄해진다. 은은한 친절을 머금고 있던 얼굴이 광대가 올라가 개구져지면서 순식간에 입체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건 딱 이틀 전에 볶은 건데 이번에 온두라스가 정말 끝내주게 됐어요.” “요건 정말 유명한 지역에서 가져온 건데 향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한 번 맡아 봐요.” 오너는 단순히 아메리카노만 주문해도 샷을 뽑다 돌연 감탄사를 내뱉기도 한다. “오늘 크레마가 아주 환상이네!”

사실 나는 커피에 대해 잘 모르고, 좋은 향 정도에만 끌리는 편이다. 미각도 둔해 어지간한 것들은 곧잘 마신다. 그런데도 오너에게는 자꾸 호응하고 싶어진다. 커피를 내릴 때마다 새로운 표정이 퐁실퐁실 살아나는 사람에게서 받아든 커피는 아무리 둔한 나라도 다채롭게 느낄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기세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되는 커피라니. 그러다 나는 문득 떠올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소설이 좋다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소설이라고 누구에게든 고백하고 싶어 종종걸음치던 날들을. 서툴지만 좋음 좋음 아주 좋음이었던 나의 한때를 말이다.

안보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