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10대 학생들의 시위가 들불처럼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15세 학생의 손이 절단되는 등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각 학교 앞에서 산발적으로 모였던 시위대는 6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주요 도시별로 집결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AFP, 르몽드 등에 따르면 학생단체 고등학생연합(USL)이 ‘전국 행동의 날’로 명명한 시위가 이날 전역에서 열렸다. 파리를 비롯해 리옹, 마르세유, 툴루즈, 니스 등 주요 도시에서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오전 각 학교를 봉쇄한 학생들은 도시 중심부 광장으로 이동해 학부모, 대학생, 교사, 교육노조 등과 함께 가두행진을 벌였다. 현지 경찰은 전국에서 약 2만~4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USL은 이날 약 1800개 고등학교가 폐쇄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는 9월17일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 부족과 열악한 교육환경을 이유로 교사들이 파업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학생들이 참여하게 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 내 다른 지역 학생들도 행동에 나서면서 확대됐다. 100∼200명 정도가 학교 진입로나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쳐 막았다. 지난 1일에는 시위대의 학교 봉쇄와 자체 휴교령 등으로 전국에서 1000개 이상의 고등학교가 영향을 받았다. 이후에도 500여개 안팎의 학교에서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만성적인 교사 부족과 교사들의 잦은 결근, 과밀학급, 노후한 학교 시설 등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며 학교 긴급 재건 100억유로(약 15조원) 지원과 교원 인력 확충, 과도한 수업시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에 나선 한 학생은 르몽드에 “학교 화장실이 자주 잠겨 있고, 양호실도 없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내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교육부 자료를 인용해 프랑스 중등 학생 1인당 평균 교육예산 지출액이 2010년 1만1910유로(약 1793만원)에서 2024년 1만1660유로(약 1755만원)로 거의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고등학생인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강경 진압도 사람들의 분노를 키웠다. 프랑스 북부 랑스에서는 전날 15세 학생이 손에 중상을 입었다. AFP통신은 경찰 노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경찰이 쏜 스팅볼 수류탄을 이 학생이 집어 들다가 수류탄이 손에서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팅볼 수류탄은 시위 진압이나 군중 해산 등에 쓰이는 비살상 무기지만, 근접거리에서 터질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생투앙로몽에서도 경찰이 근거리 발사한 최루탄에 맞아 한 고등학생이 턱을 다쳤고, 투르에서는 경찰 섬광탄에 학생의 시력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프랑스 법무부 자료를 보면 학생 시위가 시작된 이후로 6100여명이 체포됐는데, 이 중 대부분이 미성년자다. 프랑스인권연맹(LDH)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경찰이 받은 지시사항을 보면 미성년자들을 상대하면서도 (진압 과정에) 자제하라는 지시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시위 발생 이후 “내부 보안군 소속 715명이 다쳤다”며 학생들도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프랑스 학생 시위는 대통령선거를 6개월 앞두고 현 정부에 악재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시위가 1968년 5월 학생 시위와 닮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파리대학 학생들이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면서, 샤를 드골 전 대통령(1959∼1969년 집권)이 정계에서 은퇴하는 계기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와 극우 국민연합(RN)의 유력 주자 마린 르펜 의원 등은 시위대 배후에 극좌 성향의 ‘불복하는프랑스(LFI)’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LFI 측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