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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이 오히려 관람 계기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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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상영관 가보니

“사실과 허구의 경계 신경 쓰여”
“연기 잘 하는 유해진 보러 왔다”
정치권 논쟁 부정적 시각 많아
거리선 배우·제작진 규탄 집회
경찰, 유씨 신변안전 조치 가동
교총 “청소년 역사 인식 왜곡”

6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7층 CGV 영화관. 영화 ‘암살자(들)’의 오전 11시25분 상영 시간이 다가오자 관객들이 줄을 서서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두 번째 관람에 나선 진모(46)씨는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오히려 첫 관람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걸 과연 사실 왜곡이라고 할 수 있나. 영화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며 딸 시험기간이 끝나면 함께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진씨는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가 정치 논쟁에 가려지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최근 정치권 중심으로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며 출연 배우와 제작진을 겨냥한 항의 집회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 만난 관객들은 논란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거나 배우들의 연기를 보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의 의문과 배후를 추적하는 극영화다. 중앙정보부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대목 등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실제 사건을 다룬 만큼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대개 정치권 개입이나 배우 개인을 향한 비난에는 거리를 뒀다.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 영화관에서 만난 조재혁(48)씨는 “정치적인 걸 떠나서 난 유해진 배우를 보러 왔다. 연기를 워낙 잘하는 배우니까”라며 “문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점심시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만난 김강석(58)씨는 영화를 보는 동안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신경 쓰였다고 했다. 그는 “관객에 따라 영화 내용을 사실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 제작할 때 조심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이 논쟁을 벌이는 데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김씨는 “개인이 판단하게 둬야지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진흙탕 싸움이 될 뿐”이라고 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를 왜곡했다며 출연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뉴스1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를 왜곡했다며 출연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뉴스1

영화관 밖에서는 출연 배우를 겨냥한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서울 광화문G타워 앞에서는 “버거킹 불매”, “암살자(들) 사과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 집회에 참여한 50여명은 기업들에 유해진의 버거킹 광고계약 철회를 요구했다. 유해진의 버거킹 광고계약은 사실상 9월30일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흐려 청소년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논란 속에서도 관객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5일 나흘 동안 59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해당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보수단체가 4일 유해진 자택 앞에서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배우에 대한 위해와 협박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유해진의 소속사로부터 요청을 받고 신변안전 조치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시스템 등록과 함께 자택 앞 순찰을 강화했다. 다만 전담 요원까지는 배치되지 않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 배우를 겨냥한 시위는 영화에 출연하지 말라는 압박”이라며 “배우의 작품 활동을 통해서 국민들의 문화 향유에 이바지하는 건데 일부가 자기 견해를 바탕으로 가로막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