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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서 만난 ‘공모전 96관왕’에게 물었다…왜? 어떻게? [100투더세종-14]

“여태까지 수상한 공모전요? 총 96개요. 5~6년 동안 받은 거니까 1년에 15개 이상, 한 달에 한 개꼴인 셈이죠.”
6일 노 연구원이 본 기자에게 자신의 수상 관련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이승주 기자
6일 노 연구원이 본 기자에게 자신의 수상 관련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이승주 기자

기획예산처 미래전략기획실 소속 연구원 노예찬(31)씨는 6일 퇴근 후 세종 나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종에 있는 KDI국제정책대학원을 졸업한 노 연구원은 현재 세종에서 근무하는 ‘세종인’이다. 그는 “4개만 더 채워 ‘공모전 100관왕’을 만든 뒤 인터뷰하려 했는데 조금 아쉽다”며 수줍게 웃었다. 군 복무를 마친 26세 무렵부터 꾸준히 공모전에 도전해 수상과 각종 공모사업 선정을 합치면 현재까지 96건에 달한다.

 

이쯤 되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수상 경력이 10개를 훌쩍 넘긴 뒤부터는 이력서에도 주요 표창과 수상 경력 10개 안팎만 추려 넣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계속 공모전에 도전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공부하면서 돈도 벌 수 있잖아요.” 노 연구원은 “공공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여러 정책과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공부해야 한다”며 “이왕 공부할 거라면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상금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모은 상금으로 대학원 학비도 벌었다”며 웃었다.

6일 노 연구원이 세종시 나성동에서 공모전 노하우를 밝히고 있다. 이승주 기자
6일 노 연구원이 세종시 나성동에서 공모전 노하우를 밝히고 있다. 이승주 기자

“상금 욕심 버리고, 출제자 의도부터 읽어라”

 

이쯤되니 한 달에 한 번꼴로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비결이 궁금해졌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상금 욕심을 버려라’였다. “욕심을 일단 버리고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요.” 상을 받는 데 집착하면 겉치장과 화려함에 치중하다 정작 ‘출제자의 의도’를 놓치기 쉽다는 설명이다. 시험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듯 공모전 역시 주최 기관이 왜 국민에게 아이디어를 묻는지, 무엇을 얻고 싶은지부터 읽어야 한다. 이 때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공고문이다. 노 연구원은 “여러 과제가 있다면 기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고문의 앞자리를 차지한 과제일수록 해당 기관이 당장 해결하고 싶은 현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모전 중 나에게 맞는 공고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민간 기업의 마케팅·홍보 공모전은 전공이나 분야가 맞지 않으면 진입하기 어렵지만, 공공 공모전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고 출제 의도를 읽기 수월하다. 특히 공모전을 찾을 때는 무작정 전체를 뒤지기보다 자신이 평소에 잘 알고 친숙한 ‘관심 분야’를 먼저 좁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 연구원이 추천한 대표적인 공간은 정부의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하단이다. 노 연구원은 “페이지 하단이나 메인에 고정되어 있는 배너나 공고들이 바로 해당 기관이 가장 주력하고 힘을 쏟는 핵심 과제”라며 “상금이 크고 기관의 사활이 걸린 만큼 주력하는 주된 과제가 바로 이 고정된 배너에 담겨 있다”고 조언했다.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하단에서 공모전 배너를 볼 수 있다. 정책브리핑 캡처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하단에서 공모전 배너를 볼 수 있다. 정책브리핑 캡처

대통령 국정과제부터 시장 공약까지…‘정책의 흐름’ 파악

 

공고문에서 출제자의 관심사를 찾았다면 다음은 더 큰 그림을 볼 차례다.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정부나 기관이 가는 방향과 동떨어져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산하 기관이라면 해당 기관을 담당하는 중앙부처와 정부 전체의 정책 방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컨대 금융 관련 공공기관이라면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과 업무계획을 함께 살피는 식이다. 정부 국정과제부터 해당 분야 기본계획과 실행계획, 부처 업무계획까지 연결해보면 기관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윤곽이 드러난다.

 

지자체나 지방 공공기관이라면 단체장의 공약이 중요하다. 새 시장이나 도지사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선거 공약과 자신의 아이디어가 맞닿아 있는지를 살펴보고,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기관 자체의 비전과 목표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식이다. 결국 공모전이 열린 시점에 ‘누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6일 노 연구원이 세종시 나성동 레스토랑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주 기자
6일 노 연구원이 세종시 나성동 레스토랑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주 기자

기발함만으론 부족…마지막 관문은 ‘실현 가능성’

 

그렇다고 정책 방향에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서도 창의적이어야 해요. 남들이 다 하는 걸 내면 안 되죠.” 다만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거창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금물이다. 새로운 앱이나 플랫폼을 만드는 제안은 그럴듯해 보여도 개발비는 물론 유지·보수 비용과 운영 인력 등이 뒤따른다. 결국 아이디어가 실제 실행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오히려 일상의 작은 불편이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노 연구원이 지방공항을 이용하다 겪은 불편에서 착안해 항공편 도착시간에 맞춰 시내버스 배차를 조정하고 연착 시 야간 교통편을 연계하는 방안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별도 시설을 만드는 대신 기존 교통체계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평소 불편한 게 있으면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놔요. 그러다 비슷한 문제를 다루는 공모전이 나오면 그 기관에 맞게 적용해보는 거죠.”

 

96번이나 상을 받고도 공모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본업과 맞닿아 있다. 정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하고, 그 결과물을 공모전에 내놓는 식이다. 이제 목표로 삼았던 ‘100관왕’까지 남은 건 단 4개, 100개를 채우고 나면 정말 그만둘 생각인지 물었다.

 

그러자 노 씨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계속 하지 않을까요. 꾸준히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죠.”

 

100투더세종…14편/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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