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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초대하고 경험으로 설득하라 [이상권의 카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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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이번 시즌 관람권 7만장을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유료 객석 점유율이 평균 75%에 그치는 만큼, 빈자리를 활용해 새로운 관객을 불러들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료로 공연을 본 이들이 이후에도 오페라를 찾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누가 그 표로 공연을 보러 왔는지, 이들이 이후에도 극장을 찾는지 꾸준히 살펴야 한다. 표를 나눠준 실적만으로 관객을 늘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국에서는 당장의 실적에 매달리다 정책의 본래 취지를 놓친 일부 사례가 지적된다. 2009년부터 2년간 26세 미만 청년들에게 무료 관람권을 배포한 ‘어 나이트 레스 오디너리(A Night Less Ordinary)’는 관람 건수 약 40만회에 달할 정도로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평가보고서의 분석은 뼈아팠다. 분기별 배포 목표치에 쫓긴 일부 극장들이 정작 평소 공연장을 찾지 않던 청년들을 발굴하는 대신, 이미 연극을 즐겨보던 기존 관객들에게 표를 푸는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목표보다 당장의 수치를 채우는 일이 우선시된 결과였다.

 

조란 콰메 맘다니 뉴욕시장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보엠’의 한 장면에 등장해서 뉴욕 시민들에게 무료 티켓 7만장을 제공하는 ‘오페라 포 올’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욕시장실 제공
조란 콰메 맘다니 뉴욕시장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보엠’의 한 장면에 등장해서 뉴욕 시민들에게 무료 티켓 7만장을 제공하는 ‘오페라 포 올’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욕시장실 제공

다행히 메트는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확실한 안전장치를 뒀다. 2019년 이후 표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으로만 응모 자격을 제한해, 무료표가 기존 관객에게 쏠릴 가능성을 애초에 막아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업이 효과적으로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 첫 관람의 기회를 넓히는 일과 꾸준히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을 늘리는 일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의 ‘라 보엠’과 현대작 ‘링컨 인 더 바르도’로 각각 오페라에 입문한 관객은 다음에 어떤 작품을 고를까. 익숙한 제목에 이끌렸는지, 새로운 작품에 호기심을 느꼈는지에 따라 권할 공연도 달라질 것이다. 즉 다시 찾아온 관객이 어떤 작품을 골랐고 어느 가격대의 좌석을 샀는지를 비롯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이런 분석을 빼놓으면 관객의 취향을 잘못 읽을 우려가 뒤따른다. 또한, 무료 고객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푯값이 부담스러웠는지, 일정이 맞지 않았는지, 공연이 기대에 못 미쳤는지 물어야 한다. 재방문율은 결과를 보여줄 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국내 공연계 역시 무료 관람에 관한 여러 통계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단편적인 현상을 확인하는 데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무료 관객이 늘어날수록 향후 유료 관객 증가세가 일정 수준에서 꺾인다’는 예매 데이터 분석이나, 청소년 대상 무료 공연 이후 ‘제 돈을 내고 다시 오겠다’는 응답이 저조했다는 조사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주말의 여가를 두고 대형 뮤지컬을 비롯한 다른 공연 장르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한국 오페라계에는 입체적인 분석이 있어야 생존 전략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데이터가 향해야 할 곳은 관객의 실제 경험이다. 최근 본 뮤지컬 ‘드라큘라’는 몇 달 전 무대에 오른 오페라 ‘투란도트’와 푯값이 비슷했다. 음악적 만족도는 오페라가 훨씬 컸지만, 무대 연출의 완성도나 극장 로비 포토존을 꾸민 세심함에서는 뮤지컬이 앞섰다. 관객마다 극장에서 기대하는 바는 이토록 다양하다. 한정된 시간과 지갑을 열어 공연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과연 무엇이 ‘다음 예매’를 결심하게 만드는지 치열하게 살펴야 하는 대목이다.

 

이상권 음악평론가
이상권 음악평론가

무료 관람 사업은 바로 이런 다층적인 관객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집할 절호의 기회다. 관람 직후의 체감 반응과 향후 유료 예매 기록을 교차 분석하면, 어떤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리고 극장 서비스의 어느 부분을 개선할지 명확한 기준이 선다. 무료로 할애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넘어, 다음에는 기꺼이 내 ‘돈’을 지불할 만큼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관객 스스로 체감할 때, 비로소 극장을 향한 진짜 발걸음이 시작되지 않을까.

 

이상권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