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다시 찬반 논쟁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새만금이 이차전지와 로봇·인공지능(AI), 수소 등 미래산업 거점으로 성장하는 만큼 기업과 사람, 물류를 연결할 국제공항이 필수 기반 시설이라며 지속적인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환경사회단체는 조류 충돌 위험과 생태계 훼손뿐 아니라 군산공항과의 공역 중첩으로 독립적인 민간공항 운영이 가능한지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기본계획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오는 14일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논쟁의 출발점은 공항의 ‘필요성’과 ‘입지의 적정성’을 어디까지 별개로 볼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돼 추진돼 온 국가사업이다.
◆전북도 “새만금 경쟁력 제고에 꼭 필요”
전북도는 새만금의 산업·투자·관광·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항·항만·철도·도로를 연계한 교통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새만금이 로봇·AI·수소 등 미래산업의 국가 성장거점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제공항 건설이 지연되면 기업과 투자 유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이원택 전북도지사는 7일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국제공항은 단순한 지역 공항이 아니라 거대 국책사업인 새만금 개발의 성공을 가르는 핵심 요소”라며 정상 추진을 촉구했다. 그는 “조류 충돌 위험과 경제성, 갯벌 세계유산 영향 등 쟁점에 대해 관계 기관과 전문가들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공항의 필요성과 공익적 가치를 소명해 왔다”고 밝혔다. 안전과 환경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조류 충돌 예방과 법정보호종 보호 대책을 강화해 공항 건설과 환경 보전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도 전날 새만금의 지속적인 성장과 전북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항 건설사업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정치권 역시 새만금국제공항을 개별 교통시설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새만금 개발을 뒷받침할 기반 시설로 보고 사업 지속에 힘을 싣고 있다.
◆시민사회 “안전성·환경성·기능 수행에 의문”
반면, 시민사회가 문제 삼는 것은 ‘공항이 필요한가’라는 당위만이 아니다. 실제 예정지에 공항을 건설했을 때 안전성과 환경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당초 사업이 내세운 독립적인 민간국제공항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과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국민소송인단은 전날 서울고법 앞 기자회견에서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의 조류 밀집도가 전국 공항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정부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변론 재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조류탐지레이더와 서식지 관리 등 국토교통부의 조류 충돌 저감 대책만으로는 대규모 철새 서식지라는 입지 자체의 위험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환경 문제는 지난해 1심 판결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국토부가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충분히 비교·검토하지 않았고, 생태계 훼손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군산 미군공항과 ‘공역 중첩·관제’ 문제도 부상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새롭게 부각된 쟁점 중 하나가 군산공항과의 ‘공역 중첩’과 관제 문제다.
시민사회는 새만금신공항 활주로가 군산공항에서 1.35㎞가량 떨어져 있고, 두 공항 공역의 90.8%가 겹친다고 주장한다. 독립 관제를 적용하면 공역 중첩에 따른 운영 문제가 발생하고, 민·군 통합 관제를 적용할 경우 군산공항 관제 체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독립적인 민간 국제공항이라는 사업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역 90.8% 중첩 자체가 관련 규정 위반을 의미하는지는 실제 공역과 비행 절차 등을 토대로 판단할 사안으로 보인다.
전북도는 이에 대해 “공역 관리와 공항 운영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군산공항과 공역이 겹치는 특성을 고려해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과 관제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군 통합 관제를 계획한 것이며, 새만금국제공항은 별도의 활주로와 여객·화물터미널을 갖춘 민간 공항으로 운영된다는 설명이다. 공역이 중첩된다는 이유만으로 관제권이나 공항 운영권이 미군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입지·생태계 검토, 독립적 민항 운영 등이 관건
결국 이번 항소심에서는 새만금국제공항이 새만금의 미래 산업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반 시설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함께, 그 필요성을 실현하기 위한 현재의 입지가 조류 충돌 위험과 생태계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가 주요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군산공항과의 공역 중첩과 관제 방식이 독립적인 민간 공항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은 이미 1심에서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받은 만큼 항소심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국가사업의 정상 추진을, 시민사회는 환경·안전성과 공항 운영의 독립성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오는 14일 법원의 판단은 단순히 공항 건설 찬반을 넘어 새만금 개발의 공익적 필요성과 입지의 안전·환경적 적정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