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 평화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평화구상은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향한 첫 단계”라고 장담했다. 합의 1년을 앞둔 7일 현재 일부는 실현되고, 일부는 좌절됐다. 매일 가자지구에 울려 퍼지던 포성은 잦아들었지만 ‘강력하고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평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평화구상의 첫 번째 단계에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모든 군사작전 중단,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에서의 일부 철수, 인질 및 포로 석방, 원조 증액 등이 포함돼 있다. 이후 후속 단계에서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새로운 가자지구 통치 수립 등이 계획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철수를 가속화해 국제안정화군(ISF)에 영토를 넘겨주도록 했다.
매일 수십∼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전면전이 휴전협정으로 인해 중단됐다는 점은 1년간의 가장 큰 결실로 꼽힌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3월18일 가자지구 남부도시 라파를 공습하며 전면전을 재개한 이후 휴전 직전까지 200여일 동안 일평균 90명에 달하는 1만8000여명이 사망했다. 반면 휴전 발효 후 누적 사망자는 1400여명으로, 약 95% 감소했다. 휴전협정 초기 하마스의 인질 완전 귀환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으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문제도 해소됐다. 가자지구 봉쇄도 해제돼 국제구호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도 재개됐다.
그러나 성과는 여기까지다. 무엇보다 휴전 이후에도 국지적 충돌이 계속되며 이 지역 안정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6일 보도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여전히 가자지구 영토의 60%를 장악한 채 거의 매일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가자 주민들은 여전히 총탄에 의해 생명을 잃을 위협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원조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제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지난 8월 가자지구에 사상 처음으로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진단하며, 이 지역에서 기아 인구가 120만명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IPC는 휴전 이후부터 5월 말까지 하루 평균 227대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트럭이 가자로 진입했는데, 이는 평화계획에 명시된 최소 기준인 60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주택과 학교, 병원, 도로뿐 아니라 상하수도와 전력망까지 광범위하게 파괴돼 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상황 속 2단계로 추진될 정권 이양 등은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철군과 무장해제를 둘러싼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두 번째 발자국을 떼지 못한 영향이 결정적이다. 평화위원회가 지난 7월 하마스 무장해제 로드맵을 내놓고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철군을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완전히 무장해제될 때까지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측 간 불신 속 서로가 먼저 양보를 요구하는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2월 발발한 이란전쟁 탓에 가자지구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잊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안이 교착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필수적이지만 글로벌 경제까지 교란하고 있는 이란전쟁 탓에 가자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중재해 온 중동 국가들도 가자지구에 개입할 여유가 없다. 결국 국가들은 이달 27일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다. 영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는 지난달 22일 낸 보고서에서 “이란전쟁과 그 여파로 인해 걸프지역 아랍 국가들은 최근 기억에 없는 정도로 자국의 국내 안보와 경제적 과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들은 다가올 이스라엘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통한 변화에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는 중”이라고 해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