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가 30여년간 유지해 온 자국 내 핵무기 금지 헌법 조항을 없애는 절차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억지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여지를 넓히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의회는 이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자국 내 배치를 금지한 헌법 137조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1차 표결에 부쳐 찬성 106표로 가결했다. 재적 의원 141명의 3분의 2인 9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개헌 요건을 충족했다. 내년 1월12일 예정된 2차 표결에서도 같은 요건을 넘으면 핵무기 금지 조항은 최종 삭제된다.
리투아니아 정치권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 금지 규정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의회에 제출된 개헌안 설명자료는 현행 헌법이 안보 위기나 침공 상황에서도 핵무기 배치를 원천적으로 막아 나토의 억지 전략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법 개정이 곧바로 리투아니아에 핵무기가 배치된다는 뜻은 아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지난 7월 개헌에 합의하면서 핵무기를 자국에 둘 즉각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안보 상황이 변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별도로, 민다우가스 신케비치우스 리투아니아 총리는 미국이 자국에 항구적인 미군 기지를 설치하는 데 동의한다면 기지 설립에 드는 비용을 부담할 준비가 됐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은 2019년부터 리투아니아에 약 1000명 규모의 기갑대대를 순환 배치하고 있는데, 이 순환 병력을 영구 주둔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 의회가 핵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 폐지를 승인한 것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리투아니아에 앞서 핀란드도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지난 6월 핵무기 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서 가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