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에 실린 초소형(큐브)위성 9기는 각각 하나의 ‘작은 실험실’이다. 의약품 결정 성장부터 반도체·달 탐사 부품 검증, 레이저 통신까지 지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기술을 우주에서 시험한다. 국내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은 누리호를 통해 우주에서 기술을 검증한 이력(헤리티지)을 쌓고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7일 우주항공청 등에 따르면, 누리호 5호기에 탑재된 스페이스린텍의 ‘비-1012’는 의약품 결정 성장 실험을 수행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 의약품 결정을 성장시켜 구조 분석과 제형 개발 등에 활용할 가능성을 살핀다. 지난해 4차 발사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결정 성장을 시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치매 치료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위성에는 실험을 스스로 관리할 인공지능(AI)도 탑재했다. 지상국과 교신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실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명령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위성 내부 AI가 결정의 생성 여부와 성장 단계를 판별해 실험 조건을 조정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선별해 지상으로 보낸다. 위성의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자율운용 기술도 검증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플랫폼 2호’에는 국내 6개 기관이 개발한 부품과 장치가 실렸다. SK하이닉스의 D램과 범용 플래시 저장장치(UFS), 광통신용 고속·정밀 조정 거울, 전기추력기용 부품 등을 우주에서 시험한다. 열과 방사선에 노출된 상태에서 오류나 성능 저하가 발생하는지 확인해 국산 우주용 소자·부품의 사용 이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무인탐사연구소의 ‘율리시스’는 미세먼지 이동과 발생 원인을 관측하면서 달 탐사에 필요한 기술을 시험한다. 달에 보낼 로봇의 핵심 부품을 지구 궤도에서 먼저 검증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