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공개한 것은 중동전쟁으로 에너지·공급망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폭염과 집중호우 등의 기후변화가 사회·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부와 경제계가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선 탄소국경세를 걷고, 재생에너지 100%(RE100) 요구가 보편화하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K-GX 전략을 기반으로 신산업을 육성하고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탄소감축·경제성장 동시에
K-GX 전략의 핵심은 탄소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정책은 제조업 중심의 국내 시장에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여겨졌는데, GX 관련 신산업을 육성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업의 경우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동시에 그린철강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수송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5년까지 신규 차량의 7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확대하고, 친환경 연료 보조금 체계와 지역별 재생에너지 생산량에 따른 보조금 개편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역별 수요와 산업 특성과 연계한 GX 거점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나주 에너지 특화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부터 투자·창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제주형 탄소중립 모델’을 통해 전기차 전환과 히트펌프·에너지저장장치(ESS) 배전망·가상발전소(VPP) 등 탈탄소 선도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10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재정 200조원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이 조성한 기후금융 790조원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태양광·풍력·이차전지 등의 핵심부품·장비를 대상으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 추진하는 등 세제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업들은 ‘K-GX 시그니처 프로젝트’ 등에 22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큐셀의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국산화,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탈탄소 산업생태계 구축,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거공간 녹색전환 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날 국민 보고회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인공지능 전환(AX)과 GX를 ‘국가의 쌍둥이 전략’으로 거론하며 “AI를 활용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메가프로젝트 탈탄소 전략 부재”
정부가 이날 발표한 K-GX 전략을 두고 재정 지원에 치중된 나머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유인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탈탄소 전략이 빠진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K-GX는 3대 메가프로젝트로 압도적으로 치우친 정부 정책의 균형추 역할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의 저탄소화 목표도 과감하지 못하고, 중국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녹색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에도 ‘녹색산업 정책’ 수단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과 AI데이터센터가 전력의 대부분을 화석연료로 공급받을 예정인 상황에 3대 메가프로젝트의 녹색화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도 이날 논평을 통해 “K-GX 전략은 지원 일변도의 정책”이라며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서는 기업에 실질적인 감축 유인을 제공하는 규제 강화가 동시에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보고회에서 역대 정부에서 정치 지형에 따라 태양광·원전 등 에너지 관련 정책 변화가 극심했던 점을 지적하며 “정책의 정치화는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선 “학술적 논쟁이기보다는 정치 논쟁에 가깝게, 지금도 그렇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녹색 전환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던 최악의 상황들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또 그렇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