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된 첫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시상하부와 연수 등 중추 신경계와 위장관에 분포한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음식물의 위 배출을 지연시켜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약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대표적이다.
식약처는 7일 한미약품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 오토인젝터주’(에페글레나타이드)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에페는 국내에서 개발된 45번째 신약이자 첫 국산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신약이다. 허가 용량은 2㎎, 4㎎, 6㎎, 8㎎, 10㎎이다.
식약처는 “(에페는) 당뇨를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해 저열량 식이요법,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투여되는 주사제”라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연내 에페를 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에페 개발을 위해 자체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허가, 제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했다. 회사는 국내 임상을 통해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임상 3상 40주 중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에게 에페를 투여한 결과 평균 체중감소율은 9.75%로 나타났다. 개별 환자에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투여군의 79.42%였으며 10% 이상 감소한 비율은 49.46%, 15% 이상 감소한 비율은 19.86%로 집계됐다. 구역과 구토, 설사 등 GLP-1 계열 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위장관계 이상사례에서도 양호한 내약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제정한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 지침에 따라 에페를 허가했다. 심사 전문인력을 포함한 19명의 품목전담팀을 구성해 임상시험 관리기준(GCP)과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검토하고 품목허가 신청 이후 맞춤형 대면회의를 열어 한미약품과 소통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성·효과성이 충분히 확인된 치료제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심사의 예측 가능성, 투명성, 신속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내놓으며 야심차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아성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로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선 뛰어난 성능과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한미약품은 100%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과 2+4주 간격의 단계적 용량 증량 방식을 에페의 차별화 요소로 제시한다. 단계적으로 투여량을 높여 위장관계 이상사례 발생 위험을 낮추는 전략이다. 생산과 공급 측면에서도 기존 수입 제품과 차이를 뒀다. 에페는 원료 제조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자체 생산한다. 수입 의약품 의존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을 줄이고 국내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약업계는 에페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조기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용 부담 때문에 위고비와 마운자로 처방을 망설이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일부 소비자는 두 약의 국내 가격이 비싼 탓에 일본을 방문해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사용을 망설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가격”이라며 “납득할 만한 가격과 성능이 있다면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