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익숙했던 이름이나 단어를 자주 떠올리지 못하거나 대화 내용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고, 했던 말을 자주 반복한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이 뚜렷하게 감퇴했으나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능력은 보존된 상태다.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에 해당한다.
기억력 감퇴가 뚜렷하게 느껴지는데도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다 보니 단순 건망증으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 셋 중 하나 가까이가 전 단계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실태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의 9.25%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 10명 가운데 1명꼴이다.
경도인지장애 상태인 노인은 28.42%였다. 65세 이상 셋 중 하나에 가깝다. 2016년 조사의 22.25%보다 6.17%포인트 늘었다.
같은 조사에서 치매 유병률은 2016년 9.5%보다 0.25%포인트 줄었다. 경도인지장애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의 진단 기준이 세분화되면서 앞 단계에서 찾아내는 일이 많아진 점이 꼽혔다.
국내 치매 환자는 지난해 약 97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 기억력보다 말과 길 찾기가 먼저 흔들리기도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일부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했던 말을 자주 반복한다.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름이나 단어를 자주 떠올리지 못하는 언어 능력 저하나 방향 감각 저하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길 찾기가 다소 어려워지는 등 시공간 능력이 먼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본인이 느끼는 기억력 저하만으로는 진단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검사에서 명백한 인지 기능 저하가 확인돼야 하고, 섬망이나 우울증 등 다른 정신과적 질환과 연관될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 매년 10∼15%가 치매로 넘어간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일반 고령층보다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훨씬 높다. 일부 연구에서는 매년 약 10∼15%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기 감별이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은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어 이 단계의 진단이 더욱 의미가 있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때 발견과 진단, 관리에 들어가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 신경심리검사에 혈액·MRI, 아밀로이드 PET까지
진단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확인하는 신경심리검사가 필요하다.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를 시행한다.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로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 보는 영상검사다.
◆ 운동·식사·사람과의 대화…관리하면 줄어드는 위험
치료와 관리는 원인을 확인하고 교정 가능한 위험요인을 관리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다.
규칙적인 운동과 생선·야채를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식사습관, 사람들과 소통을 유지하는 생활패턴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부지런히 읽고 쓰는 등 늘 뇌를 자극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절주와 금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학술지 란셋 위원회는 2024년 난청·고혈압·흡연·비만·우울·신체활동 부족·시력 저하 등 14가지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전체 치매의 최대 45%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 진행 늦추는 약은 나왔지만 비급여
과거에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적절한 약물치료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으로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된 경우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로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4년 5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제가 허가돼 그해 11월 출시됐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고, 뇌부종·뇌출혈 등을 포함한 부작용 때문에 투여 전후 MRI 검사와 전문의 협진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