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미국 막히자 신흥국·유럽 잠식한 중국…"한국 주력산업 벼랑끝"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산업연구원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
중국 배터리 신흥국 점유율 80∼86%…유럽은 90%로 사실상 독점

미국 관세장벽에 막힌 중국 제조업이 파격적 단가와 압도적 물량을 앞세워 신흥국과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을 '차이나 레드웨이브(China Redwave)'로 표현하며 한국 주력산업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 쌓여 있는 화물 컨테이너들. AFP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 쌓여 있는 화물 컨테이너들. AFP연합뉴스

연구원이 8일 발표한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품 수입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5%에서 최근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제품이 신흥국과 유럽에 집중되며 한국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과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비서방권 전역에서 수출 물량을 늘리는 동시에 가격까지 낮추며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8개 신흥국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수입 점유율은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이상 80%), 인도(86%), 필리핀(71%) 등 압도적 과반을 차지했다. 가전에서도 말레이시아 77%, 태국 76%,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각각 75%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자동차와 기계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인도네시아 42%, 태국과 말레이시아 각각 41%를 기록했다. 기계류 역시 인도네시아 60%, 태국 52%, 베트남 45%까지 중국산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은 안보 장벽이 작동하는 조선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원산지 규제를 받는 멕시코, 중국식 수입대체 정책을 추진하는 인도 등 일부 시장에서만 가까스로 점유율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주요국 대중 수입 점유율 변화 추이. 산업연구원 제공
유럽연합(EU) 주요국 대중 수입 점유율 변화 추이. 산업연구원 제공

유럽 시장의 잠식 속도 역시 매섭다. 지난 10년간 유럽연합(EU)의 대중국 수입액은 3천564억 달러에서 7천248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배터리(90%)와 태양광(98%)은 사실상 중국산이 시장을 장악했고 전기차(BEV) 상계관세 부과 이후에는 하이브리드차로 품목을 전환해 수출을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한국은 조선·무기체계, 화장품·바이오시밀러 등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최근 원료·의약품 시장까지 중국 기업이 급부상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제조업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사수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의 비용 경쟁력을 높이고 신흥국에 대해 과감한 현지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주력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제1의 위협은 이제 중국"이라며 "반도체 특수로 가려진 K-자형 산업 양극화 현상은 우리 내부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기보다 지난 20년간 지속된 중국 제조업 고도화라는 대외 변수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짚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