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하루 먼저 한글날을 맞았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너머 전광판에 한글 연구와 보급에 기여한 주시경 선생이 담긴 영상이 흘렀다. 종로구가 제580돌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스퀘어에 띄운 60초 분량의 미디어아트다. 주제는 ‘한글을 읽다, 한국을 만나다’로, 11일까지 매시 9분에 송출된다.
같은 날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글을 썼다. 한국어교육원이 연 ‘한글 백일장’에 재학생 150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수준에 따라 두 부문으로 나눠 글솜씨를 겨뤘다. 글제는 ‘나와 한국어’였다. 가을하늘 아래, 학생들은 한참을 고심한 뒤 반듯한 글자를 종이 위에 적었다.
올해는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80년, 1926년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가 ‘가갸날’을 정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거리의 간판은 사정이 달랐다. 같은 날 상점들이 내건 간판에는 외국어가 적혀 있었다. 한글문화연대의 ‘2025년 서울시 옥외광고물 한글 표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12개 대학권 상권 간판 7129개 가운데 외국어로만 적힌 간판은 2086개(29.3%)였다.
대학가에 유학생이 늘고 외국풍 상권이 인기를 끈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은 외국 문자를 쓸 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을 함께 적도록 했다. 하지만 3층 이하에 다는 5㎡ 미만 간판은 허가·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단속 밖에 있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한글로 문장을 채우는 사이, 거리는 외국어로 이름을 내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