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는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농구를 즐길 수 있었던 덕에 뜨겁고 감동적이었다. 먼저 사전 경기로 시작된 남자 농구가 이란, 중국, 일본을 연파하고 완벽한 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여자농구도 예상을 깨고 중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올라 남녀 농구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12년 만에 동반 우승에 성공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농구가 4강 신화를 썼던 것처럼, 종합대회에서 구기 종목의 승전보는 스포츠팬들에게 항상 짜릿한 선물이 된다.
특히 여자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단 한 명의 센터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은 주전 센터 박지수(KB국민은행·1m93)가 발목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고 있는 박지현(1m83)도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혹시라도 부상이 회복되어 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12명의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고 11명으로 팀을 꾸렸다. 결국 대표팀은 진안(하나은행·1m82) 홀로 골밑을 지켰다. 투혼의 절정은 중국과의 4강전. 2m26의 거인 센터 장쯔위가 버틴 ‘아시아 최강’ 중국을 상대로 85-80의 대이변을 연출했다. 강이슬, 이소희, 안혜지, 이해란, 허예은 등 우리 선수들은 높이의 열세를 정교한 3점포와 과감한 골밑 돌파로 완벽하게 메웠다. 농구공 궤적의 정확성을 양궁에 비교하는 이른바 ‘양궁농구’.
여자프로농구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삼성생명, 우리은행, BNK썸 그리고 신한은행 6개 팀이 리그를 꾸리고 있다. 여고농구팀이 자꾸만 해체돼 선수가 부족하지만 WKBL은 국내 선수들이 주축이다. 남녀 프로배구가 올해부터 외국인 쿼터를 3명(아시아 쿼터 포함)으로 넓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의 경쟁력이 생겼다. 각 팀에서 센터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파워포워드로 변신해 기동력 있는 경기를 펼쳤다. 상대가 3점슛을 막기 위해 밀착수비를 하면 강이슬과 이해란이 번개처럼 드리블을 하며 골밑을 파고들었다. 한국 선수들의 현란한 기술에 상대 벤치와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에 우리는 즐거운 명절을 보냈다. 금융권 6개 구단은 과거 1970년대 실업농구 시절부터 수십년째 변함없이 여자농구를 지원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의 열기 속에 10월3일 남자프로농구는 정규리그가, 여자프로농구도 박신자컵으로 시즌의 막을 올렸다. 올겨울은 춥지 않을 것 같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