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시부양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을 높여 이에 미달하는 기업을 즉시 상장폐지시키는 강화한 정책을 도입했지만 기업의 예측가능성과 비례원칙을 위반했다며 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주연테크와 코스닥 상장사 케이엠제약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했고, 이에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미달 관련 상장폐지 절차를 보류했다.
그동안 상장폐지 제도 강화 관련 금융당국의 입장은 굳건했다. 상장사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 있는 기업들을 솎아 내는 것이 코스닥시장 성장에 도움된다는 것이다. 상장폐지 제도와 관련해 기자와 통화했던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의 건전화라는 화두에서 불가피하게 상장폐지되는 기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상장폐지시키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25년 1월부터 논의를 시작한 이 제도는 증시부양이라는 이재명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금융당국이 시가총액 기준 상향을 기존 발표 시기보다 앞당기면서 업계 반발을 샀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제도 시행으로 코스닥에서 150개의 상장폐지 종목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스닥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상장폐지 대상 종목이 크게 늘었다. 결국 당국은 2027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제도를 다시 6개월 뒤로 미뤘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역시 제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주가를 오랫동안 방치하고 버는 돈보다도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들은 주주가치제고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려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이 놓친 것이 있다. ‘다산다사(多産多死)’를 주장할 때 다사는 강조하면서 다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종목은 7개인 반면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은 67개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유가증권은 평균 7.6개, 코스닥은 61개가 상장했다. 유가증권은 엄격한 기준으로 양질의 기업을 상장시킨 반면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더 많은 상장 기회를 준 셈이다. 상장폐지 제도 강화로 위기에 놓인 기업 대다수가 코스닥 상장사인 점도 이를 방증한다.
왜 이렇게 많이 상장시켰느냐에 대해 거래소는 상장시키지 않으면 벤처투자업계가 반발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비상장사에 투자한 벤처업계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많은 기업의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모가 부풀리기로 논란이 많은 기술특례상장기업 역시 거래소는 기술검증을 거래소가 직접 하는 것(전문평가기관이 수행)이 아니기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투자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상장은 많이 시켜 놓고 이제 와서 상장폐지하면 그 기업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금융당국이 시가총액 기준을 앞당겨 시행하면서 상장폐지 종목이 나왔고 투자자들인 보유한 주식은 갑자기 휴지 조각이 됐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을 질타하기 전에 제대로 된 기업을 상장시켰는지부터 금융당국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