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패턴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영록·최혜인/ 쌤앤파커스/ 1만9000원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인정받던 시대에 인공지능(AI)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코드를 짜며 정보를 종합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한다면 인간에게 남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능력보다 문제의 전제 자체를 의심하는 힘에 주목한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더 빨리 달리는 대신 새로운 길을 내는 사람, 저자들이 말하는 ‘탈패턴 인재’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해온 김영록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외교·법률·안보 분야를 경험한 최혜인은 빅테크(거대기술기업)와 AI 산업을 움직이는 인물 10명의 사고방식을 추적한다. 젠슨 황, 데미스 허사비스, 사티아 나델라,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등과 함께 한국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의 백준호를 다룬다. 성공의 결과를 나열하기보다 이들이 무엇을 남들과 다르게 봤고, 어떤 질문으로 기존 질서를 흔들었는지 살핀다.
저자들은 이들의 공통점을 ‘시선·경계·스케일·룰’이라는 네 가지 틀의 파괴로 정리한다. ‘시선의 파괴’는 모두가 화려한 기술에 몰릴 때 그 기술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반을 보는 능력이다. 알렉산더 왕이 주목한 데이터 라벨링과 젠슨 황이 오랫동안 구축한 연산 생태계가 대표적이다. 남들이 외면하는 번거로운 일과 기술의 병목에서 미래의 기회를 발견했다는 해석이다.
‘경계의 파괴’는 서로 다른 분야와 관점을 연결하는 힘이다. 체스와 게임 개발, 뇌과학을 넘나든 허사비스의 이력은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델라의 사례에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이 조직 혁신의 동력으로 등장한다. 모든 것을 안다고 여기는 조직을 끊임없이 배우려는 조직으로 바꾸는 일은 기술 도입만큼 중요한 변화다.
‘스케일의 파괴’는 개별 제품을 넘어 기술이 사회에서 작동하는 구조까지 생각하는 태도다. 저자들은 올트먼과 다리오 아모데이의 사례를 통해 AI의 가능성뿐 아니라 발전 방향과 안전의 문제를 함께 묻는다.
‘룰의 파괴’에서는 머스크와 백준호가 등장한다. 로켓 가격을 원재료 비용부터 다시 따져 보거나 범용성 대신 AI 추론에 집중하는 선택은 바꿀 수 없는 법칙과 바꾸지 않았을 뿐인 관행을 구분하는 사고의 사례로 제시된다.
제목의 방점은 ‘인재’보다 ‘만들어지는가’에 있다. 저자들은 이런 사고가 천재의 타고난 능력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답 없는 문제를 마주하고, 익숙한 전제를 해체하며, 서로 다른 지식을 연결하는 훈련을 통해 길러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성공한 이들의 경험을 보편적인 성공 공식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비주류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질문의 독창성 외에도 자본과 인력, 시장의 조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책이 제시하는 틀은 성공의 보증수표라기보다 자신의 사고 습관을 점검하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편이 타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