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운용하는 68개 기금 중 지난해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한 기금이 29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증시 호황에 편승하며 수익률이 20%에 육박했지만, 상당수 기금은 보수적인 운용으로 은행 예금 이자 수준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기획예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금별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은 최고 18.97%, 최저 2.27%로 격차가 8배가량 벌어졌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자산운용 규모가 큰 국민연금으로 18.97%에 달했다. 이어 사립학교교직원연금(18.93%)이 높게 나타났고,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18.59%),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기금(16.65%), 공무원연금기금(12.96%)이 뒤를 이었다.
반면 29개 기금의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공기관자금관리기금의 수익률은 2.27%에 그쳤는데, 이는 위험도가 낮은 대표적 투자처인 국고채 3년 수익률(2025년 평균 2.57%)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의 수익률은 2.59%에 그쳤고, 축산발전기금(2.68%), 기후대응기금(2.69%), 국민건강증진기금(2.74%) 등도 수익률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부는 자금을 직접 운용하기에 전문성이나 규모가 부족한 기금을 위해 연기금투자풀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기관의 여유자금을 하나의 투자펀드로 묶어 전문 운용사에 맡기는 식이다. 그러나 연기금투자풀에 위탁해도 투자를 보수적으로 진행한 경우 수익률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기금투자풀 수익률은 주식형의 경우 38.34%, 혼합형은 14.24%로 높게 나타난 반면, 채권형(2.63%)과 머니마켓펀드(MMF·2.83%)는 낮게 나타났다.
실제 투자풀에 위탁하고도 수익률이 부진한 기금이 상당수였다. 지난해 기준 투자풀에 여유자금을 전액 배정한 42개 기금 중 38개의 수익률은 투자풀 전체 수익률(6.85%)을 밑돌았다. 국민체육진흥기금(국민체육진흥계정)은 10.96%, 보훈기금은 10.7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축산발전기금은 2.68%, 기후대응기금은 2.69%에 그쳤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국민연금의 경우 국민의 노후자금을 늘리기 위해 전문적인 투자 역량을 갖추고 있는 반면, 상당수 기금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공적기금의 성격상 수익률이 낮은 것보다 손해를 보는 것을 더 경계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시 조정국면에서 국민연금의 지난 7월 말 기준 기금자산이 시장가 기준 181조원 감소하면서 추후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향후 리밸런싱이 본격화하면 코스피에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 소장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181조원 감소 자체보다 국민연금이 앞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박 소장은 “리밸런싱이 늦어질수록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함께 커질 수 있다”며 “국민연금은 단기 주가 부양보다 수익성·안정성·유동성·운용 독립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분산투자해야 한다.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노후자금과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