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약기금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부업체로부터 매입한 장기연체채권은 목표치의 2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실제 채권 매입대금을 지불한 비율은 2%대에 불과하다. 장기연체자들의 재기를 위해 채권 매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캠코의 매입가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에 캠코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새도약기금이 출범한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대부업체에서 매입한 장기연체채권은 7820억원이며 이 중 실제 지급한 매입대금은 231억원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새도약기금 출범 당시 대상 채권을 약 4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현재까지 매입액은 이 가운데 20% 수준에 불과하다.
매입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낮은 매입가다. 채권액 대비 단순 매입가율을 계산해 보면 약 2.95%에 불과하다. 통상 대부업체들의 연체채권 매입가율은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캠코에 2%대 가격으로 매각하면 10분의 1 수준의 가격에 되팔게 되는 것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들은 통상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채권을 매입하는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저가 매각을 단행할 경우 차입금을 갚기 어렵게 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캠코의 매입가율에 맞추게 되면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매입가율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캐피털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은행권에서 차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인센티브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대부업체가 기금에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캐피털사로서는 담보(질권 설정)가 사라지므로 대부업체에 일시 상환을 요구하게 되는데, 상환방식을 장기분할상환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을 발표한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매입 수준이 제자리걸음인 만큼 매입가격의 적정성과 산정근거를 대부업계와 논의해 현실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대부업권을 제외한 대상 채권은 대부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어 남은 대부업체와의 협상이 새도약기금 채권 매입의 마지막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장기연체자의 재기를 지원하려면 채권 매입이 실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매입가격의 적정성과 산정근거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대부업체의 참여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채권 매입이 지연되는 동안 그 부담을 장기연체자들이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