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데 이어 한·미·일 사이버 안보 협의체에서도 국가정보원의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 정보, 안보 협력에 균열이 심각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미국 측과 일부 오해가 있었지만 현재는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당국이 대북 정보 공유 제한이 여전히 일부 지속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정보협력이 어느 수준까지 정상화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가 일부 제한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런 상황이 빨리 해소되는 게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이 군의 대비태세에는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임박한 도발 징후 등 군사적 대응에 필요한 정보는 공유되고 있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발언에 반발해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구성을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언급하자 미국 측이 정보 보안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해당 시설의 소재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해당 발언이 국정원 정보에 기초한 것으로 판단해 통일부와 정보당국에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 대상에는 미국이 위성 등을 통해 수집한 북한 핵 관련 기술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국정원의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협의체는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출범해 같은 해 12월 첫 회의를 열었다.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와 불법 사이버 활동 등 공동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로, 국정원이 회의에서 제외된 것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국정원의 기밀정보 보안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미 정보당국 간 불협화음이 사이버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국정원은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현재 한·미 정보당국 간에 오해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가 간 관계에서는 어느 나라건 국익 차이로 종종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다만 그것을 어떻게 적시에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정원은 사이버·북한 등 안보 전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정원은 미국 측이 참여 배제를 요구한 이유와 이후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날 “북핵과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미 간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관계부처의 참여 여부와 수준은 회의별 의제와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국정원의 회의 참여 배제를 요청했는지, 실제 요청이 있었다면 그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국정원은 이날 이종석 국정원장이 지난 3월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 등 대북 정보기관 방문을 추진했으나 미국 측이 거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허위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해당 보도는 이 원장의 대중·대북관이 미국 측의 방문 거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당시 중동전쟁 발발 속에서 국가안보와 국익 수호, 재외국민 보호 등 대응 활동에 집중하느라 해외를 방문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NGA 방문 계획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대응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이 미국 입국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장의 동선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고도의 보안사항”이라며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정보기관의 활동을 흔들고 저해하는 보도에 강력한 유감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허위·왜곡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발언 이후 미국 측이 불만을 제기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 측에서 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와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간 정보 공유에 제한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며 “정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사항이 없지만, 미국 측과의 소통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