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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원 25곳서 거절당한 임산부, 이러고도 출산 장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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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의 임신 35주 차 임산부가 양수가 흐르는 응급 상황에서 25개 병원으로부터 수용 거절을 당해 전북 전주까지 헬기로 이동해 출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제 전주예수병원에 따르면 30대 임산부 A씨는 지난 1일 오전 2시7분쯤 “양수가 흐른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조산 및 태아 감염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경기와 서울, 충청 등 25개 병원에 문의했으나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했다. 고위험 임산부의 분만과 신생아 집중 치료를 동시에 담당할 의료진·병상을 갖춘 병원이 없었던 탓이다. 결국 A씨는 오전 5시16분쯤 소방헬기로 전주까지 150㎞가량을 이동해 분만할 수 있었다. 양수가 터진 뒤 3시간이 지나 무사히 아기를 낳았지만, 큰일이 날 뻔했다. 저출생 대책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보유한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의 허술한 출산 안전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는 임신 29주 차 산모가 충청권 병원 6곳에서 거절당한 뒤 소방당국이 41곳에 추가 문의한 끝에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졌다. 2월 대구에서도 임신 28주 차 쌍둥이 산모의 병원 이송에 4시간가량 걸려 쌍둥이 중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뇌 손상을 입었다. ‘출산 뺑뺑이’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이러고도 정부는 출산을 장려할 수 있겠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지난해 0.80명으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 혼인 건수 증가와 함께 출생아 수도 소폭 반등하는 등 반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 반짝 반등으로 끝내선 안 된다.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아이를 낳으려는 산모가 응급 상황에서 갈 병원조차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지원금과 육아휴직 확대만으로는 저출생을 탈출할 수 없다. 어렵게 살아난 출산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출산·양육 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권역별 응급분만 의료진과 신생아 집중치료 병상을 확충하고 신속한 이송체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어떤 출산 장려책도 공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