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좌석 위에 100달러 지폐 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 옆에 앉은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다. 손목에는 수억원짜리 시계를 차고, 차고에는 슈퍼카를 줄줄이 세웠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흔한 장면이었다.
별명도 아예 ‘머니(Money)’다. 50전 50승 무패로 은퇴한 복싱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9·미국)다.
전기 끊긴 방에서 링으로
메이웨더는 1977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로 복서였고 삼촌 로저는 세계 챔피언을 지냈다. 걸음마를 떼자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체육관에 갔고 7세에 첫 글러브를 꼈다.
집은 늘 위태로웠다. 아버지는 마약 거래에 손댔다. 아기였던 메이웨더를 안고 있다가 다리에 총을 맞은 적도 있다. 어머니는 약물에 중독됐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 안에 주사기가 굴러다녔다. 식구 여럿이 방 한 칸에서 지냈고 전기가 끊기는 날도 잦았다. 그가 16세 되던 해 아버지는 코카인 밀매로 수감됐다.
일자리를 찾아 가족을 돕겠다던 소년을 할머니가 말렸다. 복싱만 하라고 했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동메달을 들고 프로로 나섰다.
미움까지 팔았다
링 위의 메이웨더는 좀처럼 맞지 않았다. 턱은 어깨 뒤로 숨기고 날아오는 펀치는 흘려보냈다. 상대가 헛손질하는 순간에는 정확하게 반격했다. 지루하다는 야유도 쏟아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가 이기는 모습을 보려고, 혹은 누군가 그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려고 경기를 봤다.
그는 그 미움마저 계산했다. ‘머니’ 캐릭터를 두고 “사업상의 선택”이라고 했다.
슈퍼페더급부터 라이트미들급까지 5체급을 석권했다. 당대 최고 흥행 스타였던 오스카 델라 호야도, 멕시코의 복싱 영웅 카넬로 알바레스도 그를 넘지 못했다.
2015년에는 필리핀의 전설 매니 파키아오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미국 유료 중계 판매 기록을 새로 쓴 이 경기에서도 메이웨더는 판정승을 거뒀다.
2017년 종합격투기 스타 코너 맥그리거까지 꺾고 50전 50승을 채웠고 이듬해에는 포브스가 꼽은 세계 최고 수입 운동선수 1위에 올랐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합친 것보다 많이 벌었다.
그는 번 돈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보여줬다.
월세, 보석값, 세금
메이웨더의 이름이 최근 법원 서류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시작은 뉴욕 맨해튼이었다. 그는 2024년 말 미드타운 고급 레지던스의 침실 5개짜리 복층을 빌렸다. 월세는 10만 달러, 약 1억4000만원이었다.
처음 몇 달은 월세가 꼬박꼬박 들어왔다. 그러다 2025년 7월부터 입금이 끊겼다는 게 집주인의 주장이다.
메이웨더는 12월 집을 비웠고, 집주인 측은 미납 월세 등 약 4억7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보석상도 나섰다. 마이애미의 한 보석상은 메이웨더가 약 23억원어치 시계와 금목걸이를 가져가고 일부만 냈다고 주장했다. 그가 건넨 수표 5장이 잇따라 부도났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겼다.
미국 국세청(IRS)은 그가 2018~2023년 연방세를 내지 않았다며 약 100억원 규모의 압류 권리를 설정했다.
정말 바닥난 걸까
메이웨더 측은 재정난설을 부인한다. 변호인은 재정적 어려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그는 지난해 5월 뉴욕의 한 부동산 행사에서 “전용기 2대에 건물 100채를 가진 게 파산이라면 모두가 파산”이라고 받아쳤다. 맨해튼 아파트 건물들을 사들였다며 SNS에 자랑하기도 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가 자랑한 맨해튼 건물 매입 가운데 일부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타이슨과 맞붙는다는 링 복귀설이 돌 때도 사정이 급한 것 아니냐는 말부터 나왔다.
별명은 여전히 ‘머니’다.
다만 요즘 그의 이름 옆에는 현금 다발 대신 소장이 쌓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