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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갑니다” 세치 혀에 국제적 망신…BBC 등 외신도 주목한 韓 ‘병역특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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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AP·알자지라·가디언 등 보도…한국 병역제도 형평성 조명
국방부 “점진적 축소해 궁극적 폐지”…문체부도 종합대책 예고
주호영, 아시안게임 1위 편입 폐지 병역법 개정안 대표 발의
선수들 잇단 사과…정치권 존폐 공방에 홍준표, 폐지론 반박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터져 나온 한 마디가 아시안게임 4연패의 환희를 집어삼켰다. 한국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언행을 둘러싼 파장이 국내를 넘어 영국 BBC와 미국 AP통신,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으로 번지면서다.

 

한국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언행을 둘러싼 파장이 국내를 넘어 영국 BBC와 미국 AP통신,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양민혁, 이기혁, 박승수. 뉴스1·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언행을 둘러싼 파장이 국내를 넘어 영국 BBC와 미국 AP통신,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양민혁, 이기혁, 박승수. 뉴스1·뉴시스

8일 외신에 따르면 BBC는 지난 6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한국 대표팀 주장 이기혁이 병역 혜택을 둘러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뒤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남성 대부분이 18∼21개월간 현역으로 복무하는 가운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에게 예술·체육요원 편입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도 소개했다.

 

AP통신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등에 대한 관련 제도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방부가 제도 손질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전했다.

 

알자지라는 제도의 역사와 형평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1973년부터 이어진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배경과 한국 남성의 병역 의무를 설명하면서 BTS 등 대중문화 스타와 운동선수 사이의 혜택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도 소개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끝난 후 전역모를 쓰고 있는 박승수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끝난 후 전역모를 쓰고 있는 박승수

 

영국 가디언은 징병 의무를 이행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에 주목했다. 선수들의 행동이 병역 문제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렸다는 점을 짚는 한편, 예술·체육요원이 완전한 병역 면제와는 다르다는 점도 설명했다.

 

싱가포르 CNA 역시 한국 정부가 엘리트 선수와 예술인에 대한 관련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도 AP통신 보도를 받아 선수들의 언행과 정부의 제도 재검토 움직임을 전했다.

 

파장의 출발점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 직후였다. 한국은 일본을 1-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를 달성했지만, 경기 직후 일부 선수들이 내놓은 발언과 SNS 게시물이 도마에 올랐다.

 

주장 이기혁은 방송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다. 양민혁은 경기 후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병역 혜택을 바라보고 뛰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박승수는 SNS에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렸다.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박승수(왼쪽)와 양민혁이 1-0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박승수(왼쪽)와 양민혁이 1-0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선수들은 이후 잇따라 사과했다. 이기혁은 발언의 무게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고개를 숙였고, 양민혁은 병역 혜택이 여러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박승수 역시 모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며 사과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일부 선수들의 언행으로 국민과 현역 장병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며 사과했다.

 

파장은 선수 개인의 처신을 넘어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존폐 문제로 번졌다. 병역 의무의 형평성과 병역 자원 감소 등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잇따라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야에서는 기준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개편론이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병역특례제 폐지를 주장했고, 정일영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병역 혜택은 별개의 문제라며 시대 변화에 맞춰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현행 기준이 시대와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방향도 제시됐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우수한 선수와 예술인의 기량 유지·발전에 기여한 측면은 인정하면서도 병역과 공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체육·예술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방부·병무청과 협의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보다 강한 입장이 나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예술·체육 분야 병역 혜택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입법으로 이어지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일률적으로 예술·체육요원에 편입하는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포상에 병역 혜택이 포함된 지 오래됐으며 아마추어 스포츠의 동기부여를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일부 선수의 발언을 계기로 제도 존폐까지 논의하는 정치권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관련 제도 폐지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