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50대 남성 1명이 숨졌다. 서울시가 전기 이상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등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후 전기시설과 화재 관리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 인근 5층짜리 건물 1층에서 불이 났다. 당시 소방당국에는 “펑 소리가 난다” “계속 무언가 터지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화재로 해당 층에 혼자 살던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주민 9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인력 81명과 장비 25대를 투입해 약 1시간25분 만인 오후 1시55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불이 난 건물은 고시원처럼 면적이 작은 방들로 구성돼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사실상 쪽방촌 일부로 여겨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은 이 일대 쪽방촌에 주방이 없는 세대가 많아 휴대용 부탄가스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한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다만 이번 화재가 부탄가스 때문에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쪽방촌은 건물 밀집도가 높고 시설이 낡아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확산할 위험이 큰 곳으로 꼽힌다. 특히 오래된 전기설비는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쪽방촌 화재의 37.5%는 전력선 과부하나 전선 노후화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시는 당시 쪽방촌의 건물 구조상 전기공사나 스프링클러 설치 등 근본적인 예방시설을 갖추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쪽방촌의 안전시설 관리에 대한 민원도 꾸준히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7월 공개한 민원 분석자료를 보면 같은 해 5월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는 일부 스프레이식 소화기의 내용연수가 1~2년 지나 교체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6월에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전선과 통신선이 뒤엉켜 출입문까지 늘어져 있다며 정비를 요청하는 민원도 있었다.
서울시는 쪽방촌의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기 이상 감지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 왔다. 2024년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IoT) 기반 전기화재 예방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전기 이상 감지 센서 1155개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올해도 쪽방촌을 대상으로 한 화재 예방 활동이 이어졌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3월 발표한 봄철 화재안전대책에서 무허가 주택 등 화재취약 주거시설 45개 지역 3972세대를 대상으로 화재안전 컨설팅을 실시하고, 이 중 쪽방촌 12개 지역 2681세대에 대해서는 소방·전기·가스 유관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영등포소방서도 지난 8월 영등포 쪽방촌을 찾아 화재 예방을 당부하고 인근 소화전과 비상소화장치함의 유지·관리 상태를 점검했다. 다만 이번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 쪽방촌 안전점검이나 화재 예방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