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북한군 포로 송환과 관련해 박기창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 대사를 소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송환을 공개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대응의 일환이다. 과연 이런 극단적 외교 대응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환경과 장차 국익을 고려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원수의 대리인으로 외국에 파견된 특명전권대사를 본국에 불러들이는 소환 조치는 ‘단교’(斷交)나 자국 주재 상대국 대사를 내쫓는 ‘추방’을 제외하면 최고 수위의 ‘외교적 대항’이다. 한국 외교사에서도 영토·주권이나 과거사 문제로 일본 주재 대사를 소환하거나, 외교 문서를 조작한 외교관의 난민 신청과 관련해 뉴질랜드 주재 대사를 불러들인 사례를 제외하면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2008년 일본의 독도 관련 조치에 항의해 당시 권철현 주일 대사의 일시 귀국 이래 18년 만의 일이다.
우크라이나 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진실 공방을 거듭하다 스스로 퇴로 없는 극단적 초강수를 내놓은 것도 과하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감정적이고 경솔한 대응이라는 인상을 국내외에 줬다는 점에서 ‘외교의 실패’이자 ‘내치의 실패’다.
정부는 이 대통령 요구대로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철회하고 공개사과를 하기 전에는 대사를 귀임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식으로 국가의 운명을 걸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순순히 응할지 미지수다. 우격다짐 끝에 우크라이나 측이 받아들여도 양국 관계의 후유증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피침국(被侵國)을 상대로 한 한국의 외교 방식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 외교의 정교함 부재와 감정적 대응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특히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상대국을 공박해 외교 당국의 퇴로를 자진 차단하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북한과 달리 왜 캄보디아,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와 같은 외국 앞에 가면 격해지는가. 우크라이나 측은 “외교가 감정보다 우선해야 한다”면서 건설적인 대화 재개를 주문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와의 강대강 대결 정책이 아니라 원만한 해법을 찾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북한군 추가 파병에 따라 향후 더 많은 포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도적 입장에 따라 한국행을 희망하는 포로를 앞으로는 송환받지 않겠다는 심사가 아니라면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이 불가결하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북한군과의 전투를 통해 드론전 등 최첨단 전술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군사협력 강화도 절실하다. 세계은행(WB) 추산 5880억달러(약 789조원)에 달하는 전후 재건 참여 문제도 있다. 이미 일본 등은 우크라이나와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동맹 경시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국(like-minded country)과의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안보협력을 강화할 핵심 상대다. 나토가 중시하는 우크라이나를 얕보는 듯한 태도가 좋은 신호가 될 리 없다. 대국(大局)적 관점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감정적 대립을 자제하고 관계 회복을 위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한·우크라이나 갈등에 웃을 자는 러시아, 북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