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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에 국산 ‘에페’ 가세… 비만약, 감량 숫자보다 내 몸에 맞게

비만치료제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에 이어 한미약품의 ‘에페오토인젝터주’(이하 ‘에페’)가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에페는 국내에서 개발된 45번째 신약이자 첫 국산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다만 허가와 실제 공급은 별개로, 회사는 연내 국내 공급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오토인젝터주’.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오토인젝터주’. 한미약품 제공

세 약은 식욕과 포만감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분과 작용하는 수용체, 임상시험 근거, 허가 대상에는 차이가 있다. ‘몇 ㎏ 빠지는 약’이라는 광고만으로 선택하기보다 건강 상태와 치료 목적, 부작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위고비·에페는 GLP-1, 마운자로는 두 수용체에 작용

 

위고비의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 에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다. 두 약은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GLP-1은 식사 후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과 혈당 조절에 관여한다. 이 계열 약물은 식욕을 줄이고 위에서 음식물이 배출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이 이어지도록 돕는다.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뿐 아니라 또 다른 장 호르몬인 GIP의 수용체에도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같은 ‘비만 주사’로 불리지만 작용 방식이 같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에 주 1회 투여하는 피하주사제로 허가됐다.

 

에페 역시 주 1회 투여하며, 2·4·6·8·10㎎의 다섯 가지 용량으로 허가됐다. 국산 치료제가 추가됐다는 의미는 크지만,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작용이 적거나 모든 한국인에게 더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내 임상자료와 개인별 치료 반응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노보 노디스크 제공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노보 노디스크 제공

◆감량 효과, 다른 시험의 숫자만 놓고 순위 매기면 안 돼

 

관심이 가장 큰 부분은 체중 감량 효과다. 티르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를 직접 비교한 ‘SURMOUNT-5’ 연구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성인 비만 환자 751명을 대상으로 72주간 치료했을 때 평균 체중 변화율이 각각 -20.2%, -13.7%로 나타났다. 티르제파타이드는 10㎎ 또는 15㎎, 세마글루타이드는 1.7㎎ 또는 2.4㎎ 중 참가자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용량을 사용했다. 이 결과는 해당 연구 조건에서 티르제파타이드의 감량 효과가 더 컸다는 뜻이지, 모든 환자에게 같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에페는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이 참여한 임상 3상 자료를 갖고 있다. 다만 주요 유효성 평가 시점이 40주로,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대표 임상시험보다 짧다. 대상자의 체중과 특성, 투여 용량, 평가 기간과 분석 방식이 다른 시험의 수치를 단순히 나란히 놓으면 효과를 오해할 수 있다. 에페와 두 약을 동일한 조건에서 직접 비교한 결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약물 선택에서는 감량 폭뿐 아니라 동반 질환과 치료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다. 특히 에페의 이번 허가 대상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이다.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이상지질혈증·수면무호흡·심혈관 질환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가 대상이다. 마운자로는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의 비만 임상자료도 갖고 있어 에페와 허가 범위를 동일하게 보면 안 된다.

일라이 릴리의 주사형 당뇨약 ‘마운자로’. 로이터
일라이 릴리의 주사형 당뇨약 ‘마운자로’. 로이터

◆메스꺼움 흔해도 심한 복통·탈수는 그냥 넘기지 말아야

 

위고비와 마운자로에서 흔하게 보고되는 이상반응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 증상이다. 투약 초기나 용량을 올리는 시기에 불편감이 생길 수 있다. 빨리 체중을 줄이겠다며 임의로 증량하거나 여러 비만 주사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에페 역시 별도 성분의 신약이므로 다른 약의 투여법을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국내 허가사항과 처방 지시를 따라야 한다.

 

특히 지속적이고 심한 복통이나 등으로 퍼지는 통증은 췌장염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구토·설사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탈수와 신장 기능 악화 위험도 있다. 이런 증상은 단순히 ‘약이 잘 듣는 과정’으로 넘기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담낭 질환 병력과 심한 위장관 질환, 함께 복용하는 약도 처방 전에 설명해야 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미국 처방정보는 갑상선 수질암의 개인·가족력이나 다발성내분비종양증 2형이 있는 경우를 금기로 명시한다. 이는 모든 갑상선 질환이 같은 금기라는 뜻은 아니다. 국내 처방에서는 각 제품의 최신 국내 허가사항에 따라 병력을 확인해야 하며, 에페에도 다른 약의 금기를 일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임신 계획·피임약·수술 일정도 미리 알려야

 

임신을 계획한다면 처방 단계부터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위고비의 처방정보는 계획된 임신 최소 2개월 전에 중단하도록 안내한다. 마운자로는 위 배출 지연으로 먹는 호르몬 피임약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미국 처방정보에서는 투여 시작 후와 매번 증량한 뒤 각각 4주 동안 비경구 피임법으로 바꾸거나 콘돔 등 차단 피임법을 추가하도록 권고한다. 구체적인 중단·피임 계획은 국내 허가사항에 따라 의료진과 정해야 한다.

 

수술이나 수면내시경을 앞둔 경우에도 사용 중인 약을 알려야 한다. 위에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전신마취나 깊은 진정 과정에서 폐로 넘어가는 흡인 위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자가 임의로 중단 기간을 정하기보다 투여 용량과 위장관 증상 등을 의료진에게 설명하고 지시를 받는다.

 

세 약 모두 핵심은 만성 체중 관리다. 에페와 마운자로의 국내 비만 적응증 역시 저열량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허가됐다. 주사만으로 생활 관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식사·운동 계획을 세우고 효과와 이상반응을 점검하며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