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트댄스는 2025년 2월 구글에서 17년간 일한 우융후이를 영입했다. 중국 난징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한 우융후이는 구글의 신경망 기계번역 시스템과 제미나이 개발에 참여했고, 최고위 기술직인 ‘구글 펠로’와 구글 딥마인드 연구부사장까지 지냈다. 바이트댄스는 그를 인공지능(AI) 핵심 조직 ‘시드(Seed)’의 기초연구 책임자로 앉히고 량루보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오픈AI 연구자 야오순위가 텐센트로 옮겼다. 베이징 칭화대의 영재교육 과정인 ‘야오반’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AI 에이전트 전문가다. AI가 추론하면서 검색·계산 등 외부 도구를 사용하도록 하는 ‘리액트(ReAct)’와 여러 해법을 탐색하는 ‘생각의 나무(Tree of Thoughts)’ 연구에 참여했다. 오픈AI에서는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는 ‘오퍼레이터’와 자료를 찾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딥리서치’ 개발에 참여했다.
텐센트는 야오순위를 수석AI과학자로 영입한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언어모델과 AI 인프라 조직까지 맡겼다. 기초모델 ‘혼위안’의 알고리즘 개발과 대규모 분산학습·고성능 추론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을 함께 지휘하게 한 것이다.
미국에서 최첨단 AI를 개발해 온 중국계 연구자가 중국 기업으로 돌아와 핵심 연구조직을 이끄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거액의 보상뿐 아니라 연구 방향과 조직, 모델과 인프라를 직접 지휘할 권한까지 내걸고 해외 경력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미국서 중국 옮긴 AI 핵심 연구자 최소 30여명… 1년 새 급증
개별 연구자의 이직을 넘어 중국행이 늘고 있다는 수치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중국과 샌프란시스코의 AI 전문 헤드헌터 3명을 인용해 이들이 직전 12개월 동안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긴 연구자 30여명의 채용과 이주를 도왔다고 보도했다. 그보다 앞선 1년 동안 이들이 성사시킨 중국행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중국행은 빅테크 취업뿐 아니라 창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9∼2023년 오픈AI에서 일하며 인스트럭트GPT 논문과 GPT-4 기술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장쉬는 2024년 중국 선전에 로봇 기초모델 스타트업 라이트 오리진스를 세웠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 연구자들의 중국 빅테크행도 이어졌다. 제미나이 1.0·1.5·2.5 연구에 참여한 저우하오는 올해 초 알리바바 통이실험실에 합류했다. 7월에는 구글리서치와 구글 딥마인드, 오픈AI에서 컴퓨터 비전을 연구한 톈융룽이 텐센트로 옮겨 시각언어모델 개발을 맡았다.
미국 AI 기업에서 최전선 모델 개발 경험을 쌓은 뒤 중국 대기업 연구조직을 이끌거나 중국에서 직접 회사를 세우는 경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봉 넘어 연구지휘·공급망으로 유혹
중국행을 이끄는 요인은 연봉만이 아니다. 바이트댄스와 텐센트는 해외에서 영입한 핵심 연구자에게 연구조직과 모델 개발을 직접 지휘할 권한을 줬다. 로봇처럼 AI 모델을 실제 하드웨어와 결합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중국에 집중된 제조·부품 공급망 자체가 연구환경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장쉬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로봇 분야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공급망과 하드웨어는 중국의 독특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시간주립대의 스티브 슈 교수도 “로봇 연구자는 부품을 곧바로 조달하고 수리할 수 있는 선전에 직접 있어야 한다”고 FT에 말했다.
선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만 100곳 이상 모여 있다. AI 모델을 실제 로봇에 적용하려면 센서와 모터 등 부품을 빠르게 조달하고 시제품 제작과 수정을 반복해야 한다. 연구실과 부품업체, 제조공장이 가까이 모여 있는 환경 자체가 개발 속도를 높이는 조건이 되는 셈이다.
보상의 실질적인 차이도 변수다. 중국과 샌프란시스코의 헤드헌터들은 세금과 생활비를 반영하면 중국 기업이 제시하는 보상의 구매력이 실리콘밸리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와 자녀 교육, 가족과의 거리도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루 장 퓨전펀드 창업자는 자본의 회전 속도와 동료·멘토의 밀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가장 강하다고 평가했다.
◆해외 인재 돌아오고, 젊은 연구자는 중국에 남는다
해외에서 경력을 쌓은 연구자의 귀환과 함께 중국이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AI 인재층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폴슨재단 연구기관 매크로폴로가 국제 인공지능 학회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뉴립스) 2022년 논문 저자를 분석한 결과 상위권 AI 연구자 가운데 중국에서 학부를 마친 인재의 비중은 2019년 29%에서 2022년 47%로 높아졌다. 매크로폴로는 중국이 배출하는 상위 AI 인재가 늘면서 중국 내에서 일하는 연구자 풀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AI 연구자 자체도 줄었다. 출신국과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상위권 AI 연구자 비중은 2019년 55%에서 2022년 42%로 낮아졌다. 중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자국에 남아 연구하는 인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내 중국계 과학자의 이탈은 AI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력을 시작한 뒤 해외로 떠난 중국계 과학자는 2010년 900명에서 2021년 2621명으로 늘었다. 2021년 이들의 67%는 중국 본토나 홍콩으로 이동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중국계 과학자 1304명을 조사한 결과 72%는 연구자로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고, 61%는 미국을 떠나는 방안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젊은 인재의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 칭화대의 한 진로 담당자는 미국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공대 졸업생 비중이 코로나19 이전 약 50%에서 최근 20% 안팎으로 줄었다고 FT에 말했다. 칭화대가 지난해 말 집계한 야오반 졸업생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대학 연구자나 창업자, 기업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