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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달러 인수 뒤집고 출국까지 통제… 중국의 AI 인재 ‘방어전’ [이귀전의 왜-인재전쟁 ⑤]

메타의 마누스 인수 철회 명령… 창업자 출국까지 제한
해외투자·인력 이동은 정부가 통제… 기업은 지분보상으로 이탈 방어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첨단 모델을 직접 만들어 본 연구자는 극소수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최고경영자가 직접 영입전에 뛰어들고 수천억원대 보상과 대규모 투자를 내건다. 인재 확보는 개인 채용을 넘어 핵심팀과 기술을 함께 가져오는 거래, 국가의 직접 스카우트, GPU·데이터·연구조직까지 묶은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재전쟁’ 시리즈는 메타·구글·오픈AI·애플의 인재 쟁탈전에서 출발해 중국의 인재 귀환과 유출 방어, 유럽의 두뇌 순환, 각국 정부의 영입전과 공공 연산자원 경쟁을 따라간다. 또 대학과 기업을 잇는 인재 공급망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인재 유출과 숙련인력 부족의 현실, 해외 인재 유치와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대응을 짚으며 한국이 세계 인재전쟁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살펴본다.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 심사를 앞세워 메타의 20억달러 마누스 인수를 취소시키고 AI 핵심 인재의 출국을 제한하는 한편, 딥시크·바이트댄스 등 기업들이 스톡옵션 강화로 내부 인재 유출을 방어하는 중국의 'AI 인재 봉쇄' 정책을 풍자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 심사를 앞세워 메타의 20억달러 마누스 인수를 취소시키고 AI 핵심 인재의 출국을 제한하는 한편, 딥시크·바이트댄스 등 기업들이 스톡옵션 강화로 내부 인재 유출을 방어하는 중국의 'AI 인재 봉쇄' 정책을 풍자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중국의 인공지능(AI) 인재전쟁은 해외 인재를 끌어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국에서 성장한 AI 기업의 기술과 핵심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통로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가안보 심사를 앞세워 이미 이뤄진 미국 빅테크의 AI 기업 인수를 되돌리고 미국 자본 유입과 핵심 연구자의 출국까지 관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지분보상을 강화해 경쟁사의 인재 빼가기에 맞서고 있다.

◆20억달러 인수 뒤집고… AI 핵심인재 출국까지 통제

 

대표적인 사례가 AI 에이전트 업체 마누스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4월27일 메타가 2025년 12월 약 2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마누스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를 금지하고 양측에 거래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에서 출발한 창업팀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 뒤 성사시킨 거래였지만 중국 당국은 자국에서 개발된 기술과 인력의 해외 이전 문제를 국가안보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마누스는 웹 검색과 자료 분석, 코딩 등 여러 단계를 사람 대신 수행하는 범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했다. 2025년 3월 서비스를 내놓은 뒤 그해 말 연간 반복매출(ARR)이 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메타는 인수 뒤 마누스 인력 약 100명을 싱가포르 조직으로 편입하며 AI 에이전트 사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 등은 인수 직후인 지난 1월 해외투자와 기술 수출, 데이터 이전 등이 중국 법률에 부합하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3월에는 마누스 최고경영자(CEO) 샤오훙과 수석과학자 지이차오를 베이징으로 불러 조사하고 출국을 제한했다. 이어 발개위가 4월 거래 철회를 명령했다. 중국의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제도를 AI 분야의 대형 해외 인수 차단에 공개적으로 적용한 첫 사례였다.

 

메타도 결국 분리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6월 초부터 마누스와 직원들의 메타 내부 시스템 접근을 막고 양측의 데이터 공유를 중단했다. 메타 직원 역시 내부 업무에 마누스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의 통제는 한 건의 기업 인수를 막는 데 그치지 않았다. 당국은 지난 4월 주요 AI 신생기업을 비롯한 민간 기술기업에 미국 자본을 유치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중요 AI 기술을 다루는 민간기업 창업자와 연구자, 임원의 해외여행까지 관리 범위를 넓혔다. 국가 AI 전략에서 중요도가 높은 인력은 해외로 나가기 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국유기업 임원이나 공공 연구기관 인력에 주로 적용되던 출국 관리가 민간 AI 기업까지 확대됐다.

◆정부가 통로 조이고, 기업은 지분보상으로 붙잡아

 

정부가 기술과 인력의 해외 유출을 관리하는 동안 중국 기업 내부에서는 핵심 연구자를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금 연봉뿐 아니라 스톡옵션과 사업부 가치에 연동된 보상이 인재를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딥시크가 대표적이다. 2025년 추론모델 R1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뒤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가 연구진 영입에 나섰다. R1 핵심 연구자인 궈다야는 바이트댄스 시드(Seed)로 이동했고, 딥시크 초기 대규모언어모델 개발에 참여한 왕빙쉬안은 텐센트 혼위안팀으로 옮겼다.

 

딥시크는 창업자 량원펑의 계량투자회사 하이플라이어 자금으로 운영하면서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아왔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외부 투자 사례가 없다 보니 연구자에게 지급하는 스톡옵션의 가치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산자원 확충과 직원 보상 강화를 위해 외부 자본을 받아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딥시크는 지난 6월 처음으로 외부 투자에 나서 약 74억달러를 조달했다. 이후 공개된 투자자료에서는 기업가치가 약 518억달러로 평가된 사실이 확인됐다. 수년간 외부 자금을 받지 않던 전략을 바꾼 것이다.

바이트댄스도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보상체계를 바꿨다. 텐센트 등이 시드의 핵심 인력을 잇달아 영입하자 지난 5월 AI 연구개발 조직 시드 직원에게 이른바 ‘두바오 주식’으로 불리는 사업부 연동형 지분보상을 도입했다. 시드에는 핵심 연구자와 인프라 엔지니어, 데이터 가공 인력 등 약 2000명이 근무한다.

 

두바오 주식은 바이트댄스 전체 기업가치가 아니라 시드와 두바오 AI 사업의 성과에 보상 가치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주당 약 10달러 수준이던 내부 가격은 지난 5월 13달러로 약 30% 높아졌다. 바이트댄스가 특정 사업부의 성과에 연동한 별도 지분보상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이슈를 한발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뉴스의 전면에 드러난 사건과 숫자뿐 아니라 그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과 이해관계, 변화의 맥락까지 함께 살핍니다. 정치·경제·사회 현안을 짚는 기획과 분석부터 여행지의 새로운 풍경, 일상 속 흥미로운 장면까지 폭넓게 담습니다. 무겁고 가벼운 세상의 여러 표정을 따라가며, 익숙한 뉴스 속에 숨은 ‘왜’를 찾아 독자에게 한 번 더 생각할 거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