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는 계속해서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배우 김도연이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도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정주리 감독의 영화 ‘도라’에서 주인공 도라 역을 연기한 그는 인물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 순간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도연은 “첫 오디션 때 발췌 대본을 읽고 감독님께 ‘도라는 지금 거짓말을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며 “도라의 입장에서 대사를 말하는 나조차 거짓말이라고 의심하는데, 도라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삼자의 입장에서 도라를 바라보는 것과 도라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달랐다”며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했다.
‘도라’는 ‘도희야’(2014), ‘다음 소희’(2023)에 이은 정주리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김도연과 안도 사쿠라, 송새벽, 최원영 등이 출연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주간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영화는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에서 출발했다. 정 감독이 ‘도라’를 구상한 것은 20대 초반의 일. 그는 “스무 살 무렵 프로이트 전집을 읽다가 도라 사례에 흥미를 느껴 처음으로 장편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업과 제작 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희야’와 ‘다음 소희’를 먼저 만들게 됐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시선을 더해 ‘도라’를 완성했다.
정 감독은 프로이트를 오랜만에 다시 읽고 “모든 것이 그가 바라본 도라의 모습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 도라 자신의 목소리가 있는지, 도라가 진정 원하는 것을 짚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로이트의 시선을 전복해 온전히 도라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며 “치료되지 못하고 끝났던 사례를 스스로 회복하고 일어서는 이야기로 바꾸는 것이 영화의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도연은 처음에는 자신과 너무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도라에게 점차 다가갔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과 대화하며 점점 가까워졌다”며 “대본의 문장들이 한 겹 한 겹 아름답게 느껴졌고, 이야기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하고 감동적인 나날이었다”고 돌아봤다.
극 중 수위 높은 스킨십 장면에 대해서는 “처음 경험하는 촬영이었지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장면을 도라와 나미(안도 사쿠라)가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는 순간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김도연은 “도라와 나미가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처음으로 서로에게 드러내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충분히 대화하면서 장면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장면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계셨고, 여성의 몸을 잘 이해하고 계셔서 몰입해 촬영할 수 있었다”며 “안도 사쿠라 배우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제 상태를 계속해서 확인해 주셨다. 스태프들도 배려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있었는데,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심사를 하며 나를 흔들어놓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는 기대가 있었다”며 “내 영화 역시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다양한 반응과 의견이 오가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