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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발표 후 1 대 6 쪼개진 G7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생리의학·물리학·화학·문학·평화·경제학 6개 분야에 걸쳐 수여하는 노벨상 중 평화상만 유독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결정하고 시상한다. 나머지는 전부 스웨덴 몫이다. 이렇게 된 것은 1901년 노벨상 제정의 근거가 된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 때문이다. 스웨덴의 화학자 겸 사업가였던 노벨은 평화상을 콕 집어 “노르웨이 위원회가 수상자를 선정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노벨이 살았던 시절만 해도 노르웨이는 스웨덴과 한 나라였으니 지역 안배 또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1905년 노르웨이가 스웨덴에서 완전히 분리돼 독립국이 된 뒤에도 노벨의 유언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미국과 사이가 나쁜 ICC 재판관을 지낸 나빌 필라이가 202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SNS에 ‘노벨상의 권위가 훼손됐다’는 취지의 비판적 게시물을 공유하는 한편 ICC를 상대로 한 고강도 금융 제재를 전격 발표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미국과 사이가 나쁜 ICC 재판관을 지낸 나빌 필라이가 202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SNS에 ‘노벨상의 권위가 훼손됐다’는 취지의 비판적 게시물을 공유하는 한편 ICC를 상대로 한 고강도 금융 제재를 전격 발표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마다 ‘노벨상 시즌’으로 불리는 10월이 오면 스웨덴 스톡홀름은 물론 노르웨이 오슬로도 긴장감이 흐른다. 대학 교수 등 학자들 중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과학상, 경제학상과 달리 문인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 정치인이 상을 많이 받는 평화상은 발표와 동시에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 노벨문학상의 경우 과거 ‘너무 서구 문학 중심이고 성차별적’이란 지적을 많이 들었다. 평화상을 놓고선 ‘과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 하는 이의 제기가 잇따랐다. 2000년 김대중(DJ)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당장 국내의 반DJ 진영에서부터 “돈을 갖다 바치고 산 것”이란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집권기(2017∼2021) 때만 해도 노벨평화상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2025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부쩍 노벨상에 탐을 내는 모습이다. 그해 자신 말고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9)가 수상자로 결정되자 트럼프는 불같이 화를 냈다. 장차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되길 꿈꾸는 마차도가 오슬로에서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을 트럼프에게 선물하며 달랬을 정도다. 올해도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노르웨이 정부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또 상을 놓친 트럼프가 노르웨이 정부나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돌출 행동을 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202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빌 필라이(85). 남아공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로 지난 2003∼2008년 네덜란드 헤이그 소대 ICC 재판관으로 일했다. SNS 캡처
202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빌 필라이(85). 남아공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로 지난 2003∼2008년 네덜란드 헤이그 소대 ICC 재판관으로 일했다. SNS 캡처

9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2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남아공 출신의 나비 필라이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선정했다. 그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ICC의 미국 내 자산 동결, ICC와 미국 기업 간 거래 금지 등 ICC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를 발표했다. 누가 봐도 트럼프의 수상 불발에 따른 노골적 보복이었다. 이에 주요 7개국(G7) 중 미국을 제외한 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6개국 외교부는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내놓았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G7이 1(미국) 대 6(기타 회원국)으로 쪼개진 셈이다. 마침 오는 2027년의 G7 정상회의는 미국이 주최할 순서다. 트럼프가 G7 해체까지 선언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