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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면 상투인가요”… 얼어붙은 매매 뒤편, 활활 타오르는 전·월세 대란

8월 서울 아파트 거래 40% 급감 속 매물 쌓여… 씨 마른 임대차가 매매가 떠받치는 ‘2019년 데자뷔’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시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늇시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시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늇시

“지금 집 사면 상투를 잡는 것 아닙니까?”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10월 초순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상담 테이블에 마주 앉은 30대 부부는 모니터에 뜬 아파트 실거래가 차트를 보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직전 거래가보다 1억 원 넘게 껑충 뛴 호가와 만만치 않은 대출 금리 부담 속에서 뉴스마저 연일 ‘거래 급감’과 ‘매물 누적’을 경고하자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부부가 문밖을 나선 뒤 공인중개사는 “추석 명절 지나고 문의는 이어지는데 손님들이 선뜻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한다. 매도자는 호가를 유지하려 하고 매수자는 관망하면서 거래가 뚝 끊긴 소강상태이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지표에는 뚜렷한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7월 5841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월 들어 3540건으로 곤두박질쳤다. 한 달 새 거래량의 39.4%가 증발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이 통상 6000건 안팎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거래 절벽이다.

 

동시에 매물도 쌓이고 있다. 10월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일주일 전보다 3.3% 증가한 7만 1141건을 기록했다. 8월 세제 개편안과 2027년 말 일몰을 앞둔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영향으로 강남 3구(2만 6826건, 37.7%)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온 매물은, 10월 들어 증가분의 93.3%가 비강남권에서 발생하는 등 외곽 지역으로 급속히 번졌다. 매매가격 상승 폭 또한 5주 연속 둔화되며 겉보기에는 완연한 하락장의 초입처럼 비친다.

 

그러나 장막 뒤편의 임대차 시장은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서울 시내 고지대에서 한 시민이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매매 거래 절벽과 전·월세 가격 폭등이 맞물리며 내 집 마련을 둘러싼 실수요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고지대에서 한 시민이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매매 거래 절벽과 전·월세 가격 폭등이 맞물리며 내 집 마련을 둘러싼 실수요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비슷한 시각, 성동구 옥수동의 또 다른 중개업소에서는 전셋집을 구하려던 직장인이 발을 동동 굴렀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눌러앉으면서 당초 점찍어 둔 보증금 6억 5000만 원짜리 전세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매매 시장의 냉기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집값의 하방을 지지하는 임대차 시장은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누적 전세가격 상승률은 5.91%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월세 가격 누적 상승률 역시 5.65%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가파르다.

 

임대차 공급 통로는 사실상 사방이 막혔다. 규제로 인해 갭투자를 통한 전세 공급이 차단된 데다,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며 기존 매물의 회전마저 멈췄다. 여기에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 6000가구 안팎에서 내년 1만 가구 수준으로 반토막 난다.

 

집을 사려던 대기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면 그 수요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전·월세 시장으로 전이된다. 씨가 마른 전세 시장에 대기 수요가 가세하면 전세가는 다시 매매가를 밀어올린다. 결국 치솟은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매수로 돌아서는 이른바 ‘생존 매수’의 불씨가 바닥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현 상황을 2019년과 유사하다고 진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8년 9·13 대책 발표 직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서울 아파트 시장은 9~10개월간 거래 단절과 매매가 조정을 겪었다. 당시에도 대세 하락론이 힘을 얻었으나, 시장을 뒤흔든 진짜 도화선은 밑바닥에서 누적되던 전·월세 불안이었다. 결국 치솟은 전세가가 매매가를 떠받치며 시장은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모두가 관망하며 발을 뺄 때 비로소 매수 우위의 장이 열린다. 호가를 쥐고 흔들던 매도자의 조급함을 지렛대 삼아 가격 협상에 나서고, 양호한 동·호수를 차분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이 같은 조정기에 주어진다.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로 복귀하기 어려운 만큼 무리한 차입을 통한 영끌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주택은 매수를 유보한다고 해서 주거 비용 부담 자체를 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4년 내지 10년을 내다보는 무주택자라면 시장의 단기적인 냉기 이면에 도사린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결핍을 냉정하게 읽어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