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별거 중인 아내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내를 데리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남성은 상습적인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지만 지난달 말 조치가 종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재범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피해자 보호체계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0분쯤 서울 송파구에서 50대 여성 A씨가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A씨의 사위인 김모(26)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김씨는 범행 직후 이혼소송 중인 아내 B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강원도 방면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추적에 나섰고 강원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차량과 함께 있는 B씨를 무사히 발견했다. 이후 주변 지역을 수색한 끝에 현장에서 김씨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경기도 군포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씨는 앞서 아내 B씨에게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해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22일부터 9월30일까지 주거지 퇴거와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 적용됐다. B씨는 김씨와 별거하며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사건은 임시조치가 종료된 지 불과 11일 만에 발생했다.
특히 경찰은 김씨의 재범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남편이 자신의 본가 주소를 알고 있는 데다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등 위해 가능성이 있다며 신변안전조치를 신청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30일 B씨가 속한 가정을 가정폭력 재발 위험성이 높은 ‘A등급’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 조치에 나섰다.
문제는 경찰이 이 같은 위험성을 파악하고도 접근금지 조치 종료에 따른 추가 범행 가능성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상 접근금지 임시조치는 피해자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면 최대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B씨를 고위험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당일 접근금지 조치는 종료됐다. 경찰과 검찰이 임시조치 연장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김씨가 본가 주소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가족에 대한 위해 가능성까지 평가했는지 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