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위헌 논란이 있는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를 대북정책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 또는 외부 전문가의 법률 검토, 자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본 외 별도의 검토·보고자료를 작성하지 않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실은 통일부에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정책 관련 최초검토안, 수정안, 최종안 및 작성·보고·결재일자·결재선, 대통령실·장·차관 보고자료 등을 요구했다. 11일 안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8월 5일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이 실현될 때, 남북이 ‘적대적 두 외국 관계’를 극복하고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한 바 있다”며 “위 자료 작성과 관련, 수많은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수정되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최종본 외에 별도의 문서를 기록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평화적 두 국가’ 구상과 관련해 법제처·법무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자문, 외부 전문가 자문이나 연구용역도 진행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자문을 거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존 법령의 해석이나 적용을 변경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통일부는 현행 법체계의 기본 틀 안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지만, ‘평화적 두 국가’는 통일부가 공식 대북정책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겹쳐 위헌 논란을 낳았다. 정부 내에서조차 남북을 국가 간 관계로 인식하고 ‘특수관계’임을 재확인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통일 지향을 표방하더라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기조가 강조될 경우, 통일 지향적 정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간한 통일과 법률 제61호에 실린 ‘남북 2국가론의 헌법적 수용가능성과 그 한계’도 이 같은 지적과 맞닿아 있다. 해당 논문은 일정한 조건 아래 두 국가론의 헌법적 수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도, 북한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주장할 법적 권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분리·절연해 상호 간 통일이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 상황을 조장하는 행위는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통일부는 ‘평화적 두 국가’ 구상이 북한을 외국으로 취급하거나 법적인 국가로 승인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과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유지하면서 우선 남북 간 평화에 집중하는 구상이기 때문에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일부가 헌법과 통일에 대한 국민적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판단 근거와 검토 경위를 확인할 기록을 남기지 않고, 외부 자문 없이 내부 판단에 의존해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 의원은 “헌법과 대한민국의 통일정책 근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상을 통일부 내부 판단만으로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라며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반대 의견을 검토해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검토 과정과 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