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단독] ‘위헌 논란’ 평화적 두 국가, 법률자문·검토자료 ‘0’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통일부가 위헌 논란이 있는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를 대북정책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 또는 외부 전문가의 법률 검토, 자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본 외 별도의 검토·보고자료를 작성하지 않았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민주평통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민주평통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실은 통일부에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정책 관련 최초검토안, 수정안, 최종안 및 작성·보고·결재일자·결재선, 대통령실·장·차관 보고자료 등을 요구했다. 11일 안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8월 5일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이 실현될 때, 남북이 ‘적대적 두 외국 관계’를 극복하고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한 바 있다”며 “위 자료 작성과 관련, 수많은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수정되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최종본 외에 별도의 문서를 기록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평화적 두 국가’ 구상과 관련해 법제처·법무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자문, 외부 전문가 자문이나 연구용역도 진행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자문을 거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존 법령의 해석이나 적용을 변경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통일부는 현행 법체계의 기본 틀 안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지만, ‘평화적 두 국가’는 통일부가 공식 대북정책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겹쳐 위헌 논란을 낳았다. 정부 내에서조차 남북을 국가 간 관계로 인식하고 ‘특수관계’임을 재확인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통일 지향을 표방하더라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기조가 강조될 경우, 통일 지향적 정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간한 통일과 법률 제61호에 실린 ‘남북 2국가론의 헌법적 수용가능성과 그 한계’도 이 같은 지적과 맞닿아 있다. 해당 논문은 일정한 조건 아래 두 국가론의 헌법적 수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도, 북한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주장할 법적 권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분리·절연해 상호 간 통일이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 상황을 조장하는 행위는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통일부는 ‘평화적 두 국가’ 구상이 북한을 외국으로 취급하거나 법적인 국가로 승인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과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유지하면서 우선 남북 간 평화에 집중하는 구상이기 때문에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일부가 헌법과 통일에 대한 국민적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판단 근거와 검토 경위를 확인할 기록을 남기지 않고, 외부 자문 없이 내부 판단에 의존해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 의원은 “헌법과 대한민국의 통일정책 근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상을 통일부 내부 판단만으로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라며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반대 의견을 검토해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검토 과정과 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