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악화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신기술이 5개월간 환자정보 일부를 측정하지 않은 채 병원에서 쓰인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환자에게 비용도 부과됐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에도 사용기준 위반 판단을 받았지만, 보건복지부는 현장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병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 병원은 올해 의료 AI 업체 A사의 AI 환자 상태악화 예측기술을 도입했다. 나이와 생체신호, 혈액검사 결과, 의식상태 등 환자정보 19종을 분석해 환자가 숨지거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병원이 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작성한 문서에도 입원환자 정보 19종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 징후를 미리 알린다는 목적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올해 4∼8월 누적 사용일수 총 5042일 가운데 19종 모두 청구 당일 검사·측정된 경우는 73일에 그쳤다. 전체의 1.4% 수준이다. 일부 환자정보가 청구 당일 검사·측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AI를 환자에게 적용하고 비용까지 부과한 셈이다. 해당 기간 기술 사용에 따른 수납액은 약 5500만원이었다. 병원이 업체에 지급한 계약금 약 3억7000만원과는 별도다.
해당 기술과 관련해 지난해에도 복지부가 정한 사용기준을 어긴 사례가 확인됐다. 복지부에 설치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이를 위반으로 판단한 뒤 복지부에 현장조사 필요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위반 판단 4건에도 현장조사 ‘0건’
조사 미실시는 이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평가위가 사용기준 위반을 판단하고 복지부에 현장조사 검토를 요청한 기술은 총 4건이었다. 지난해 10월 ‘6시간 이내 급성 상태악화 발생 위험 예측’, ‘6시간 이내 급성 중증 이벤트 발생 위험 예측’, ‘4시간 이내 패혈증 발생 위험 예측’ 등 AI 기술 3건이 대상에 올랐다. 올해 4월에는 AI 기반 폐암 진단 보조 검사를 동일 환자에게 여러 차례 사용한 사례도 위반으로 판단했다. 현장조사는 4건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일정 기간 미루고, 그동안 의료기관이 먼저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제도를 운영한다. 해당 AI도 이 제도를 통해 사용이 서용된 기술이다. 다만 먼저 사용하더라도 복지부가 정한 기준은 지켜야 한다.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고 비용까지 부과되는 만큼 사용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현장조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제8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고시 범위를 벗어난 홍보물 제작·영업 등이 지속된다며 현장조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관리지침에도 의료현장에서 사용기준을 지키는지, 보고자료가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면 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복지부는 “업체·실시기관의 조치 경과 등을 고려해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조치 내용을 확인한 결과, 올해 4월 폐암 진단 보조 검사 위반 사례는 환불 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지난해 10월 AI 기술 위반 사례에서는 업체가 조치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의 대응 상황을 고려했다면서도 지난해 사례에 대한 조치 자료는 받지 않은 셈이다.
권칠승 의원은 “위원회가 고시 위반이라고 판단해 후속조치까지 요청했는데도 현장조사 없이 넘어간다면 성실하게 기준을 지키는 기업과 의료기관만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관리의 빈틈은 결국 환자 안전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