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갈등이 법원 판결 이후에도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시민 숙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상을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졌지만, 건립의 적절성과 역사적 평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11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문제를 포함한 기념사업 전반을 다룰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대구시에 공식 제안했다. 앞서 지난 1일 대구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권준범)는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동상 철거(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은 동대구역 광장의 소유권과 관리권 등을 근거로 대구시의 손을 들어줬으나,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판결이 갈등의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실련은 성명에서 “법원의 판결은 동대구역 광장의 소유권, 사용권과 관리권에 관한 행정적∙법적 판단일 뿐”이라며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이번 갈등의 핵심은 동상 건립 주체와 장소의 적절성 여부, 독재자 미화 및 우상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 등”이라며 “법적 공방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 민주주의 틀 안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론화위원회 제안 배경을 밝혔다.
지역 정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건립 초기부터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왔다. 대구시 등 찬성 측은 지역 출신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 측은 공공장소에 독재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맞서고 있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대구경실련이 제안한 ‘시민 숙의를 통한 공론화' 방식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