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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손잡고 ‘경유딜’… 대러 제재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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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앞두고 유가 안정 도모
러시아산 경유 대규모 공급 합의
젤렌스키 “푸틴 생일 선물” 반발
트럼프 “우크라 새 지도자 필요”
EU·英 등 “대러 제재 고수” 비판
美 공화당도 “중대한 실책” 직격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경유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파격적 합의’를 맺었다. 우크라이나와 장기간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조치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 ‘패싱’하고 일방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의 F&M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관중들의 환호에 반응하고 있다. 중간선거전 최대 악재인 유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러시아와 경유 거래에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클라크스빌=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 ‘패싱’하고 일방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의 F&M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관중들의 환호에 반응하고 있다. 중간선거전 최대 악재인 유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러시아와 경유 거래에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클라크스빌=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방금 푸틴 대통령과 매우 성공적인 협의를 마쳤다”며 “러시아가 미국 및 세계 시장에 즉시 30만t 이상의 경유 연료를 공급하고, 11월 중 추가 50만t을, 그 직후엔 100만t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이후 자국 경유 정제시설 상태를 고려해 단기간 내에 300만t의 경유 연료를 추가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이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러시아산 경유의 세계 시장 공급을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와 인도, 하역, 미국으로의 수입을 포함한 수입 거래는 내년 4월7일 0시1분(미 동부시간)까지 허용된다. 러시아 측도 경유 공급 합의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중서부 농민계층의 생계에 직결된 농기계 구동용 경유 가격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를 ‘패싱’하고 푸틴과 직접 합의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글에서 “미국인들, 특히 우리의 위대한 농부, 목장주, 트럭 기사들을 위한 유가 인하는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이번 ‘경유딜’의 목적을 설명했다.

 

미 액시오스는 유가 안정을 위해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거듭된 요구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차례나 무시한 것이 이번 합의의 계기가 됐다고 익명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당장 미국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까지 공급되는 80만t을 배럴로 환산하면 약 600만배럴로, 미국의 약 1.5일 치 경유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양에 그친다고 CNN이 지적했다.

 

미·러 간 일방적인 협의에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SNS에 “푸틴에게 주는 선물은 평화를 가져오지도 않고 문명 세계에 어떤 이익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경유 거래를 더 많은 테러와 배신행위로 갚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액시오스 인터뷰에서도 이번 거래를 “푸틴에게 주는 생일 축하 선물 같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74번째 생일을 맞았다.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SNS에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 중단은 러시아에 전쟁을 수행할 수입을 더 벌어준다”며 “지금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때가 아니며, 유럽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칼라스 대표는 “월요일(12일) EU 외무장관들은 러시아 전쟁 노력을 겨냥해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제재 목록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고 오히려 제재 강화를 시사했다. 영국과 독일 정부에서도 나란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시사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심지어 미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나온다.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은 9일 기자들과 만나 “그(푸틴 대통령)에게는 단 한 치의 양보도 해선 안 된다”고 합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돈 베이컨(네브래스카) 하원의원도 “(이번 합의는) 대통령의 중대한 실책”이라고 직격했다.

 

이런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그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는 이 전쟁을 여러 번 끝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면서 “내가 우크라이나에 제안하는 게 뭔지 아나. (종전) 합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가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