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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前 통상교섭본부장 “‘알래스카 LNG’ 사업성 불확실… 무리한 투자 땐 수렁”

“전략적 가치와 상업성 다른 문제
공사 기간 길고 유지비 막대할 것
美 중간선거까지 신중히 대응해야”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것과 상업적으로 합리성이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압박하고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과 관련, 정부가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정인교(사진)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 명예교수는 30년 가까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대학 등에서 국제통상 정책과 경제 안보 정책을 연구한 학자 출신으로 윤석열정부 출범 후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 안보 분과장 등을 거쳐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정 명예교수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큰 데다 공사 기간이 길고 난도가 높다. 기후 조건마저 열악해 유지비용도 막대할 것”이라며 “한 번 들어가면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사업성이 분명히 낮아서 그동안 안 됐던 건 맞지만 중동 전쟁을 거치면서 새로운 전략적 가치가 생긴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산 LNG 도입이 미국·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우리가 알래스카 LNG를 가져올 수 있다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정 명예교수는 “호르무즈해협 위기가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이를 가정해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며 한국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불이익을 안길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정 명예교수는 “(알래스카 LNG 사업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투자 타당성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의 특수한 지반 조건과 극한의 기후 환경에 따른 공사 지연 및 사업비 증가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간에 사업을 덮거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국 측의 추가 투자 요구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큰 프로젝트의 경우 많은 투자업체가 참여해 리스크(위험)를 분산해야 하는데, 순수하게 한국 돈만 투입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도 돈이 될 만한 사업이라 판단했다면 직접 참여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간선거 때까지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명예교수의 판단이다.

정 명예교수는 조선업 분야 1500억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대미투자가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미국이 최소한 관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추가 조치를 안 한다’는 내용이 양국 합의문에 없어 아쉽다”며 3500억달러를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벅찬 만큼 기존 합의 규모를 넘는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에 정부가 절대 응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