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여권 강경파와의 갈등을 더는 내부 이견의 차원에 두지 않고 공개적으로 제어하는 쪽으로 대응 기조를 바꾸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검찰개혁을 둘러싼 내부 충돌에 통합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은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국정 방해’와 ‘내부 공격’으로 규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11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이제는 제어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합서 ‘제어’로… 李, 경고 수위 높여
이 대통령의 기류가 달라진 분기점으로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이 꼽힌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 마음으로 함께했던 분들이 서로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에도 여권 내부를 최대한 끌어안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김 후보자 인선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공개 반발은 잦아들지 않았다. 유시민 작가는 이 대통령의 통합 발언을 “별로 의미 없는 말”이라고 평가하고 검찰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일부 의원, 임은정 청장도 김 후보자 인선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귀국 뒤인 지난달 30일 “허위임을 알면서 하는 억지주장은 국정 방해”라고 했고, 지난 5일에는 “검찰개혁을 빙자해 사심으로 인사와 구체적 수사·공소 업무까지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에는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 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수위를 높였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강경파의 공개 압박을 단순한 노선 차이가 아니라 인사권과 국정 운영 질서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장관의 임 청장 감찰 지시는 이런 흐름에서 나온 첫 구체적 조치다. 대통령의 연이은 공개 경고와 맞물려 정부 차원에서도 신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석·박지원 제동… 사보임·징계 거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경파의 공개 반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당에서 이 문제를 제어할 때가 됐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상임위원회 사보임이나 징계 등 구체적인 조치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아직 지도부 차원의 공식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공개 반발이 계속될 경우 당이 보다 강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과한 요구나 주장으로 과거처럼 대통령 리더십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당에서 제어할 때도 됐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도 김 후보자 반대파를 향해 “이미 충분히 의사 표명을 하셔서 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하실 것으로 안다”며 “당에서 이 문제를 제어할 때가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단순한 자제 요청을 넘어 당 차원의 질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당내에서는 ‘제어’의 수단으로 상임위원회 사보임과 당내 징계까지 거론된다. 한 민주당 인사는 “지금 놔두니 점점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며 “중도층과 지지층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이렇게 지지율을 깎아먹었으면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하게 나가야 한다. 사보임이나 당내 징계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표의 ‘제어’라는 표현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5선 박지원 의원도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인사청문회를 하기 때문에 그만 나서야 한다”며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경기지사나 잘해야 한다”고 했다. 10일에는 다시 추 지사를 겨냥해 “뭘 그렇게 잘했느냐. 파묘하면 추 지사나 저나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며 “우리끼리 파묘하면 내란세력이 부활, 집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너무 성급하고 빠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해야 추 지사의 미래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