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7만7000건을 넘어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기 직전보다 12% 넘게 늘어난 규모다. 반면 8월 거래량은 5월의 40% 수준으로 줄었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늘었지만 실제 계약은 감소한 셈이다.
가격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에서는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매물이 증가하고 거래가 감소하는데 일부 아파트 가격은 왜 오르는 것일까.
◆양도세 중과 직전보다 매물 12.5% 증가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081건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인 5월 9일 6만8495건보다 8586건(12.5%) 늘었다.
7월 19일 6만768건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1만6313건(26.8%)에 달한다. 유예 종료 이후 한동안 줄었던 매물이 다시 시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21일 기록한 8만80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매물 증가세는 강남권을 넘어 서울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9월과 비교하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금천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매물이 늘었다. 성북구는 17.4%, 동대문구는 14.7%, 영등포구는 11.7% 증가했다.
매물이 늘어도 집값이 바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집주인이 호가를 고수하고 매수자가 그 가격에 사려 하지 않으면 매물은 쌓인다.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서도 일부 계약이 이전 최고가를 넘으면 신고가는 나올 수 있다.
◆8월 거래량 3540건…5월보다 60.6% 감소
거래량 감소는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월 8990건에서 6월 5288건으로 줄었다. 7월에는 5841건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8월 다시 3540건으로 감소했다.
8월 거래량은 5월의 39.4% 수준이다. 감소율로 계산하면 60.6%다. 5월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계약이 집중됐던 시기다. 평소보다 거래가 많았던 달과 비교한 만큼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는 측면도 있다.
거래 감소 흐름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규 신청 건수는 4월 8896건에서 5월 6011건, 6월 5277건, 7월 4618건, 8월 3012건으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8월 신청 건수는 4월보다 66.1% 적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월간 최저 수준이다.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실제 매매계약 신고와 다른 통계지만, 매수 움직임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6억~9억원대 신고가 비중 31.4%…연초의 두 배
전체 거래는 줄었지만, 집값 흐름은 가격대별로 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9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5월 44.8%에서 8월 52.3%로 높아졌다. 7.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특히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에서는 8월 거래의 31.4%가 종전 최고가격을 넘어섰다. 올해 1월 15.6%와 비교하면 약 두 배다.
이 가격대의 신고가 비중 상승과 서울 아파트값 전반의 상승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해당 가격대에서 거래된 주택 중 이전 최고가를 넘긴 거래의 비율이 커졌다는 뜻이다. 실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한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발표한 7월 토지거래허가 신청 분석에서 강북·서남권의 경우 정책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6억원 안팎 아파트와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매물 늘어도 가격은 버텨…향후 실거래가가 관건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매물 증가와 거래 감소, 일부 가격대의 신고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매물은 매도자가 팔겠다고 내놓은 물량이고, 거래량은 실제 계약이 성사돼 신고된 건수다. 신고가는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가 과거 최고가격을 넘어섰는지를 나타낸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쌓인 매물이 실제로 얼마에 팔리느냐다. 매수자가 현재 호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집주인이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 이전보다 낮은 실거래가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면 거래가 늘면서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서울 집값이 하락할지 반등할지는 앞으로의 거래 가격을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실제 얼마에 팔리는지가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