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일관된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8·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권 집값은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 압력이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단기적으로 주택시장과 가계대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강남 3구 둔화에도 외곽·경기 남부 과열 지속
한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8월 이후 상급지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꺾였다. 그러나 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고, 경기 남부 지역은 상승 폭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도권 외곽의 주택 매수세가 이어지며 금융권 가계대출 역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와 추가 규제 필요성이 거론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 미·일 장기 국채금리 상승… 국내 차입비용 압박 우려
대외 금융 여건의 긴축 압력도 악재로 지목됐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금융시장으로 긴축 여파가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은 “국내외 장기금리가 동조화되면서 국내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향후 국내 금융시장 여건을 긴축시키며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 상승 압력이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며 국내 증시의 주가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반도체 개선 속 자영업자 부실 위험… 환율·코인 리스크 상존
실물경제는 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업종별 격차에 따른 내수 회복 지연은 숙제로 꼽혔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고 소득 여건 개선이 소비 등 내수 전반으로 파급될 것”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소득 회복 속도가 차별화되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취약 차주의 부실 위험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7월 이후 원화가 미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 상반기 약세를 되돌렸으며 유동성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분쟁 장기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 등은 변동성 요인으로 꼽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효과 약화 우려와 자본·외환 규제 우회 위험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