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화제작으로 토니상 11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해밀턴’이 한국에 온다. 미국 건국 주역 중 한 사람이자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풍운아 알렉산더 해밀턴의 삶을 파격적인 무대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미국 역사에 뿌리를 둔 서사와 숨 가쁘게 쏟아지는 영어 랩 때문에 한국 무대에서 만나기 쉽지 않으리라 여겨졌던 공연이 마침내 성사됐다.
12일 공연 제작사 에스앤코에 따르면 ‘해밀턴’은 12월 부산에서 개막한 뒤 내년 1월 서울에서 무대를 연다.
2015년 8월 브로드웨이 리처드 로저스 극장에서 개막한 ‘해밀턴’은 전기 작가 론 처노가 쓴 ‘알렉산더 해밀턴’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극본과 작사·작곡을 맡은 린마누엘 미란다가 7년에 걸쳐 완성했으며 초연에서는 직접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이듬해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과 그래미상에 이어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올리비에상까지 거머쥐었다. 작품성과 흥행을 함께 인정받으며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티켓 구하기 힘든 뮤지컬’로 통할 만큼 인기를 끌어모았다.
이번 내한은 아시아와 유럽으로 공연 도시를 넓히는 새 월드투어 출발점으로 한국이 지목되면서 성사됐다.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는 “마닐라와 싱가포르 등 여러 도시에서 거둔 성공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찾는 투어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 프로듀서 신동원은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한국 공연을 작품의 에너지와 진수를 전할 월드투어 프로덕션으로 제작하게 돼 설렌다”고 말했다.
미국 10달러 지폐 속 인물인 해밀턴은 밑바닥에서 출발해 재능과 야망으로 권력 정점에 올랐다. 작품은 미국 독립과 건국이라는 거대한 역사에 그의 성공과 좌절을 겹쳐 놓는다. 해밀턴을 존경하면서도 질시하는 에런 버와 동료 혁명가들이 얽히며 정치적 이상과 권력 다툼이 인간적인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 역사극을 움직이는 언어는 힙합이다. 건국 주역들이 벌이는 격렬한 정책 논쟁은 상대를 공격하는 랩 배틀로 바뀐다. 해밀턴과 젊은 혁명가들은 빠르고 공격적인 랩으로 야망을 드러내고 토머스 제퍼슨은 재즈풍 음악으로 대조를 이룬다. 영국 왕에게는 영국 팝을 연상시키는 선율이 주어진다. 힙합과 재즈·R&B에 전통적인 뮤지컬 음악을 결합한 46곡이 인물과 시대를 그린다.
이를 위해 가사에 쓰인 단어만 2만여개다. 촘촘한 운율과 언어유희가 빠른 박자에 실려 서사를 밀고 나간다. ‘마이 샷(My Shot)’과 ‘더 룸 웨어 잇 해픈스(The Room Where It Happens)’ 등 대표곡은 인물들이 품은 야망을 드러낸다. 무대 역시 음악과 함께 쉼 없이 움직인다. 회전무대와 정교하게 짜인 군무가 격동하는 시대와 인물 심리를 시각화한다. 배우들은 방대한 가사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에 고난도 안무까지 소화해야 한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12월 17일∼내년 1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년 1월 21일∼3월 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