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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평화의 자매’로 거듭나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70년-글로벌 평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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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의 땅에 놓은 ‘평화의 다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여성 참여 중동회의 성과
국가 간 외교가 못 미치는 현장서 새 길 개척

세계평화여성연합(WFWP)이 추진한 ‘평화의 다리’ 운동은 여성평화운동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적 갈등이나 전쟁을 겪은 나라의 여성들이 서로 자매의 인연을 맺고 상대의 고통과 역사를 이해하도록 한 화해운동이다.

 

‘평화의 다리’ 자매결연식에서는 두 여성이 상징적으로 설치된 다리의 양쪽에서 서로를 향해 걸어온다. 다리 중앙에서 만난 여성들은 서로 인사하고 포옹한 뒤 ‘평화의 자매’가 된다. 각자의 삶과 가족, 전쟁과 갈등으로 겪은 아픔을 나누고 과거의 적대감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도 함께한다. 국가 간의 추상적인 갈등을 얼굴과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관계로 바꾸는 방식이다.

여성연합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1995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평화의 다리’ 행사에서 일본과 미국 여성들이 서로 포옹하며 ‘평화의 자매’로 인연을 맺고 있다.
여성연합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1995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평화의 다리’ 행사에서 일본과 미국 여성들이 서로 포옹하며 ‘평화의 자매’로 인연을 맺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인 1995년에는 일본 여성들이 미국을 방문해 과거 전쟁을 치렀던 미국 여성들과 ‘평화의 다리’를 건넜다. 미국 여러 도시에서 열린 행사를 통해 약 2만 쌍이 ‘평화의 자매’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평화의 다리는 국적과 인종, 종교와 문화가 다른 여성들을 연결하는 세계적인 화해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국가 간 관계는 정치적 합의가 이뤄져도 온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오랜 적대감과 편견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으면 작은 충돌에도 관계는 다시 흔들린다. 여성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의 자녀를 자신의 자녀처럼 바라보는 경험은 국가 사이의 화해를 생활 속 관계로 확장한다.

 

이러한 평화운동이 가장 절실하게 요청된 곳 가운데 하나가 중동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을 비롯해 종교와 민족, 영토와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오랫동안 계속된 지역이다. 전쟁과 테러가 반복될 때마다 여성과 어린이들은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겪었다.

 

세계평화여성연합은 1997년 튀르키예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제1차 중동여성평화회의를 개최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지도자들을 초청해 역내 평화 방안을 함께 논의한 첫 회의였다. 이후 회의는 중동 각국과 유엔 제네바·빈 사무국 등으로 무대를 넓히며 매년 이어졌다.

 

회의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오랜 대립과 분쟁을 겪은 지역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자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여성들이 한자리에 앉아 전쟁과 폭력으로 겪은 아픔, 자녀와 가족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털어놓았다.

1997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1차 중동여성평화회의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여성 지도자들이 역내 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97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1차 중동여성평화회의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여성 지도자들이 역내 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들은 어렵게 머리를 맞댔지만, 정치적·종교적 견해차는 대화 도중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역사적 책임과 현실 인식을 놓고 격렬한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상대를 공격하고 대화를 끊기보다 분노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들으려 했다. 자신의 고통만 호소하던 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 상대도 가족을 잃고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어머니이자 여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2004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평화의 여성’ 프로그램에는 세계 41개국에서 526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이들은 폭력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학교를 방문했다. 역사와 종교, 국적이 다른 참가자들이 서로 ‘평화의 자매’가 되는 행사도 열었다.

 

평화는 마침내 추상적인 정치 구호를 벗어나 구체적인 관계가 됐다. 상처 입은 사람을 직접 만나고 상대가 살아가는 현실을 들여다보며, 적대의 대상이었던 사람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평화의 다리’는 여성들의 마음속에 화해의 통로로 자리 잡았다. 오랫동안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다시 마주 앉아 서로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연합이 추진한 중동여성평화회의는 국가 간 외교가 미처 닿지 못한 삶의 현장에서 여성들이 그 길을 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