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박수현 “100일 동안 뭘 얼마나 했겠나”…몸 낮췄지만 할 말은 다했다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취임 100일, 좋은 씨앗 골라 비옥한 밭 일군 ‘양종옥전’의 시간
202조원 투자 ‘광속행정’ 뒷받침, ‘AI 수도·힐링 충남’ 양대 비전 천명
“측근 9명에 능력 인사 1명 끼워 넣는 꼼수 안 써” 공공기관장 인사 논란 정면 돌파

“취임 100일 동안 무엇을 얼마나 했겠습니까. 다만 튼실한 씨앗을 고르고 그 씨앗을 뿌릴 좋은 밭을 일구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민선 9기 첫 100일을 성과로 치장하기보다 ‘양종옥전(良種沃田)’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좋은 씨앗을 골라 비옥한 밭에 심듯 충남의 미래를 바꿀 정책을 선별하고 실행 기반을 다진 기간이었다는 의미다. 남은 임기를 향해서는 어떤 어려움에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견인불발(堅忍不拔)’을 꺼냈다.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12일 도청에서 민선 9일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12일 도청에서 민선 9일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몸을 낮췄지만 할 말은 분명히 했다. 202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를 현실로 만들 ‘광속행정’, 충남을 대한민국 AI 수도이자 제2수도권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 수도권 시민에게 쉼과 치유를 제공하는 ‘힐링 충남’까지 민선 9기의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했다.

 

측근 인사 논란에는 “꼼수를 쓰지 않겠다”고 정면으로 답했고, 도의회가 부적합 판단을 내린 공공기관장 충남신용보증재단 후보자 문제는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12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0일은 충남의 묵은 과제를 진단하고 도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통하는 충남’의 초석을 다진 치열하고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도정 변화의 출발점으로는 소통을 꼽았다. 취임 후 ‘통하는 도지사실 추진계획’을 1호로 결재하고 ‘충남통행’을 통해 도민 건의에 직접 답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단순히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처리했고, 어디에서 막혔으며, 앞으로 어떻게 풀 것인지 설명하는 책임행정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박 지사는 기자회견에서도 예정된 시간을 넘겨 질문을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은 곧 도민의 질문”이라며 “한 분의 질문이라도 더 받으려는 것은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도지사가 되겠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료 개혁도 100일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천안·공주·서산·홍성 등 4개 지방의료원의 구조적 문제를 공개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을 시작했다. 박 지사는 “환자의 신뢰가 병원 재정까지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11월까지 공공의료 서비스 수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을 제시해 충남 의료원을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의 핵심은 ‘대한민국 AI 수도 충남’이다. 도는 202조원 규모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할 광속행정 체계를 가동해 삼성전자 온양캠퍼스 착공 시기를 한 달 앞당겼다. 5년 동안 멈춰 있던 삼성 아산디스플레이시티2도 내년 공사 재개를 앞두고 있다.

 

아산에는 섬성전자 온양사업장 46조, 삼성디스플레이 67조원 투자가 추진되고, 당진에는 1조2405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취임 이후 8개 시·군에는 27개 기업으로부터 1조530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박 지사는 “출범 100일 만의 성과로는 이례적인 규모”라면서도 투자 발표가 실제 착공과 생산, 고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수력·인력 등 ‘3력 혁신’을 통해 기업 투자의 병목을 풀고, 산업과 사람,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3대 균형’을 충남형 인공지능 전환(AX)의 원칙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AI는 산업 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돌봄·복지·의료·교육·문화는 물론 농수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재난·안전과 행정 혁신까지 도민의 일상 전반에 연결한다. AI가 일부 첨단기업의 성장 도구가 아니라 도민의 삶을 바꾸는 기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현대적인 기술인 AI와 전통적 가치인 ‘충·효·예’를 함께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박 지사는 “공동체의 기본 가치와 정신문화는 AI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문전옥답”이라며 “자갈밭에 씨앗을 뿌리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충효예의 충청정신으로 도민의 마음을 모으고 그 토대 위에 첨단산업의 미래를 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충남의 또 다른 미래 축으로는 ‘힐링’을 제시했다. 충남을 산업과 인구를 빨아들이는 제2수도권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2500만 수도권 시민에게 쉼과 치유를 제공하는 안식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지사는 “충남은 제2수도권으로 도약할 기회의 땅이면서 바쁜 일상에 지친 수도권 시민을 안아줄 공간”이라며 “서해안과 산림, 백제 역사문화, 온천과 종교, 원도심 야간공연을 연결해 충남만의 복합 치유 경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지사 취임 100일을 맞아 충남도청 프레스센터를 가득 메운 언론인들.
박 지사 취임 100일을 맞아 충남도청 프레스센터를 가득 메운 언론인들.

충청광역연합을 중심으로 한 초광역 협력과 지역 균형발전 구상도 내놨다. KTX 공주역 역세권 개발을 균형성장의 거점으로 삼고, 충남혁신도시에 50개 공공기관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유치에도 나서 “15개 시·군의 꽃이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나는 충남을 만들겠다”고 했다.

 

회견 말미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박 지사는 선거 기여자나 측근을 기용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능력과 전문성을 함께 보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측근 인사만 9명 해놓고 능력 인사라고 주장할 만한 사람 1명을 넣는 식의 꼼수는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합 결론이 난 충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해 “마음은 아프지만 의회의 판단을 즉각 100%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만큼 의회를 존중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가겠다”고 했다.

 

박 지사는 “양종옥전이 취임 100일의 소회라면 견인불발은 남은 임기에 대한 각오”라며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그러나 담대하고 거침없이 나아가 충남과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