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2일을 기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도 검찰은 바람 잘 날 없는 조직이었다. 2003년 ‘검찰 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정부 출범에 검사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당시 이른바 ‘경찰 수사권 독립’이 화두로 떠올랐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을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형사 사건 수사·재판에서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입법 추진까지 더해졌다. 젊은 검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선 지방검찰청에서 평(平)검사 회의가 소집돼 법무부·검찰 지휘부, 더 나아가 정부를 성토했다. 언론은 이를 검사들이 일으킨 난이란 의미로 ‘검란’(檢亂)이라고 불렀다.
검사들은 행정부에 속해 있지만 일반 공무원은 아니다. 일반직과 구분되는 ‘특정직 공무원’에 해당한다. 검사는 법관(판사) 등과 더불어 그 명칭이 헌법에 규정된 몇 안 되는 직종이기도 하다. 흔히 국회의원들이 “우린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 기관”이라고 자부하는데 검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무현정부 시절 검찰 내부 통신망에 청와대와 법무부를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린 젊은 검사가 있었다. 기자들이 해당 검사의 상사인 차장검사와 만나 “그러지 말라고 잘 타일렀느냐”고 묻자 차장검사가 “한 명 한 명이 헌법 기관인 검사가 위에서 타이른다고 말을 듣겠느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검찰 말고 다른 정부 기관이나 군대에서 검란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대번에 ‘항명’으로 규정돼 징계 등 후속 조치가 뒤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검란에 가담한 이들이 인사상 불이익이라면 모를까,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일례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텔레비전(TV) 생방송 ‘검사와의 대화’에 출연해 노 대통령을 조롱한 평검사들 중 징계에 처해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검찰에 비판적인 개혁론자들은 “검찰 선후배들끼리 징계 업무를 다루다 보니 징계에 매우 관용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검사들의 집단 행동을 “공무원 직분을 망각한 잘못된 관행”이라고 질타했다.
진보 성향의 임은정(52) 검사는 윤석열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무부·검찰 지휘부를 맹렬히 비판했다. 그 덕분인지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동부지검장에 기용됐다. 최근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개지며 그는 검사직을 내던지고 중수청 수사관이 되는 길을 택해 광주지방중수청장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더는 검사가 아닌 임 청장이 청와대가 낙점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전 검사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중수청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가 단단히 뿔이 났다.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지시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12일 출근길에 그를 겨냥해 “그런(검사들의 집단 행동을 용인한) 관행을 중수청에 와서까지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는 (임 청장을 포함해) 모든 중수청 수사관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헌법상 검사와 중수처법상 수사관의 차이를 새삼 절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