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자살 예방을 특정 부처가 아닌 범정부 차원의 책임으로 규정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살 위험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빈곤과 채무 등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신 응급 집중치료 병상을 지난해 391개에서 2030년 2000개로 늘리고, 자살 고위험자에게 긴급생계비 3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자살을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인식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2025년에만 1만4144명, 하루 평균 38.8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10대(10∼19세)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숫자도 증가세라는 점이다. 2024년 372명에서 지난해 399명으로 7.3% 늘었다. 다른 연령대의 자살률이 모두 낮아지는 가운데 10대만 역주행한 현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 세대인 10대가 삶의 희망을 잃어가는 사회에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대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AI를 활용해 자살 동기를 기존 7가지에서 27가지로 세분화하고 위험 예측을 고도화하겠다는 대목이다. 지원을 신청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위험자를 먼저 발굴하겠다는 방침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관건은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느냐다. 자살을 부르는 원인은 개인의 정신건강만이 아니다. 실직과 사업 실패, 감당하기 어려운 빚, 고독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공허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도록 현장의 이행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과 경제적 위기 고위험군 등 대상별 맞춤형 대책을 추진하고, 부처별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다.
자살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남겨진 유족에 대한 지원이다. 세계일보 탐사보도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68곳에는 자살 유족 자조 모임조차 없고, 정부 지원사업은 예산과 인력 부족이 여전하다. 정부가 자살 예방을 국가적 책무로 선언했다면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고통받는 가족들의 회복까지 책임지는 체계도 완비해야 한다. 국민이 절망의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촘촘한 생명안전망을 구축하는 일,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