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12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2일 출범한 뒤 첫 감찰이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 청장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임 청장 개인적으로는 검찰 재직 시절을 포함해 네 번째 감찰이다.
이날 중수청은 오후 2시25분쯤 전종민 중수청장 직무대행(차장)이 윤 장관으로부터 임 청장의 발언 등에 대한 감찰 지시 공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전 대행이 공문 접수 즉시 본청 감찰관(직무대리 허성환 감찰담당관)에게 감찰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감찰관실을 중심으로 엄정하고 신속하게 관련 법령에 따라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수청은 국가공무원법 제7장과 10장, 공무원징계령, 공무원 비위 사건 처리 규정 등에 따라 감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감찰 지시 공문 접수 시 감찰 착수와 조사 등 절차가 개시되고, 감찰 결과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행안부에 징계 의결 요구를 신청할 수 있다. 행안부 장관이 징계 의결을 요구하면 중수청법 제23조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의결한다. 징계위를 거쳐 국가공무원법상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 임용권자는 이 같은 사유가 발생하면 대상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
임 청장은 앞서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가 지명된 뒤 연일 공개 비판을 이어왔다. 이에 윤 장관은 전날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임 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출근길엔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임 청장이) 중수청에 와서 직책을 맡고 난 이후 거듭 얘기하고 있는 점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꼬집었다. 임 청장은 전날 윤 장관의 감찰 지시 소식이 알려진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임 청장은 검찰 재직 시절에도 세 차례 감찰과 징계 절차를 거친 바 있다. 2012년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 재심 사건에서 상부의 ‘백지 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해 2013년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다만 임 청장은 불복 소송을 거쳐 2017년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그는 2020년엔 한 일간지에 실은 칼럼을 통해 검찰 간부의 부당한 ‘인사거래’ 제안을 폭로했다가 대검찰청 감찰부의 진상조사(감찰)를 받았는데, 2023년 ‘징계 사유 없음’(무혐의)으로 결론 났다. 이듬해인 2021년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수사 경과를 SNS에 공개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2월 해당 고발 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대검은 이와 별개로 2024년 임 청장에 대한 검사 징계를 청구해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릴 예정이던 검사징계위원회가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으로 미뤄졌고,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중수청이 출범한 뒤 임 청장이 중수청 1급 수사관으로 전직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향후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인사혁신처 중앙소청심사위원회 등 일반 공무원 소청·징계 절차를 거치게 된다.
법조계에서도 윤 장관의 임 청장 감찰 지시를 둘러싼 여진이 이어졌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SNS에 글을 올려 “공직자는 인사권자의 판단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위법·부당 행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인사 적격성 판단을 대통령의 판단보다 앞세워 공개적으로 임명을 저지하려 한다면, 그것은 공익제보와는 다른 문제”라며 “공직자는 자신의 소신을 가질 자유가 있지만 그 소신에 따르는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임 청장을 향해선 “이제는 새로운 수사기관의 책임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실제로 부당한 권력과 마주했을 때 다시 한 번 그 용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임은정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모습보다 수사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안 그래도 중수청이 개문발차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방청장이 수장이 임명되기도 전부터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는 건 중수청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며 “출범 초기부터 김 후보자 임명과는 별개로 임 청장 감찰을 두고 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